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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탈원전과 선택 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0-05-17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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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원전’만이 능사일까? 지난 4월 27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의 자금난 때문에 KDB산업은행에서 1조원의 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최종자구안을 제출했다.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매각과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 등이 자구안에 들어갔다. 4·15총선 압승과 저유가로 탈원전 정책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인상되는 전기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2016년 개봉된 영화 ‘판도라(Pandora)’는 원자력발전소의 노화와 이로 인한 원전사태의 참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정책 당국은 갈팡질팡하면서 초기에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축소 은폐만을 하다가 결국 폭발이 임박해지자 모든 것을 사실대로 알리는 뒷북행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결국 한 의인(김남길 분)의 희생으로 최후 폭발은 면한다. 영화의 파급력은 엄청나게 크다. 2016년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임 후 시기, 대선후보는 2017년 4월 3일 확정)은 부산 롯데시네마 서면 4관에서 ‘판도라’를 관람했다. 관람 후 부산 인근 원자력 발전소 밀집 상황에 대해, “머리위에 폭탄 하나 달고 사는 셈”이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관람 전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영화는 4년 전에 구상하셨다는데, 지금 상황하고 잘 (어울리게) 만든 것 같다”라고 원전에 대한 인식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또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 울산·고리·월성 이런 쪽이 전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이 되고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픽션’이 많이 가미된 영화에 감동받아 정책의 가닥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판도라’에 영향을 조금은 받았을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 이미 ‘탈원전 방침’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판도라’를 본 것이고 더 깊이 감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에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는 ‘선택 편향’이란 이론도 있듯이 말이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탈원전 정책에 가속도가 붙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총 20만여 권에 달하는 장서에서 중요한 주제만을 골라 해설한 책이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1940~)는 이 책에서 원전에 대한 견해도 밝히고 있는데 눈에 띄는 점이 두 가지다.

    첫째, 후쿠시마 원전을 미국 GE사가 건설했는데 GE사는 미국의 토네이도처럼 태풍에 안전하도록 주안점을 두었고 지진의 위험성에 역점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일 애초에 지진에 주안점을 두고 건설했더라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오히려 핵 발전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고까지 말한다. 둘째, 핵 발전이 무섭다고 해도, 중국과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은 모두 핵 발전 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핵 발전 정책은 국내 사정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관점도 아울러 견지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즉, 한국이 탈 원전을 해본들 중국 동쪽에 밀집되어 있는 원전이 있는 한 한국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탈원전’ 여부는 국내 사정만이 아니라 인접국(한국에게는 특히 중국)의 원전 상황도 같이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다치바나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와 같은 NGO들의 의견은 ‘탈원전’이 대세이지만, ‘경제성’이 절대적으로 높은 원전이 오히려 환경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옹호론자들도 많다. 즉, 환경론자이며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물론이고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이 대표적 옹호론자이다.

    이에 더해 전기료의 상승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원전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발전소를 줄이는 대신 LNG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진다.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격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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