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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코로나 풍경- 이준희(사회2팀장)

  • 기사입력 : 2020-05-19 20: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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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희 사회2팀장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어머님의 은혜’ 중 일부).

    철없던 어린 시절 가냘픈 목소리로 두 손 모아 목청껏 부르던 어버이날 노래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됐다. 한 푼 두 푼 용돈을 모아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마련하기보다 ‘군것질’에 빠져 대신한 작은 이벤트였지만 부모님은 자녀의 재롱에 항상 즐거워하셨다. 그때는 지금처럼 풍족하진 않았지만, 마음 만은 모두가 행복했었던 시절이었다.

    어버이날의 기원을 풍속학자들은 고대 그리스 여신축제에서 찾는다. 가이아의 딸인 대지의 여신 ‘레아’가 그들에겐 어머니였다.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로마 가톨릭교회는 사순절의 넷째 일요일(Mothering Sunday)을 특별히 기렸다고 한다. 이후 근년의 어버이날은 1905년 미국의 애나(Anna)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어머니의 날 제정 운동을 펼쳤고, 3년 뒤인 1908년 5월 지역 감리교회와 함께 성대한 행사를 펼쳐졌다. 그리고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국가 공식 기념일인 어머니의 날로 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한국의 어버이날은 1955년 8월 국무회의에서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하고 이듬해 5월 8일 제1회 어머니날 행사를 치렀다고 한다. 출발은 어머니날이었지만 이후 1973년 3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어버이날로 바꾸어 지정됐다고 한다.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어머니 사랑(진정한 사랑)이고, 애나가 어머니의 영전에 바친 흰 카네이션은 망자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어버이날 풍경마저도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어버이날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이 모여 외식을 즐기는 등 단란한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어버이날 가족행사나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을 뵈러 요양시설을 찾는 것은 위험하다며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자식을 보는 게 유일한 기쁨이자 희망인 요양시설 부모님의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운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얼굴을 뵙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자식들 역시 못내 죄송스럽고 애가 탔을 것이다.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신 것도 죄스러운데 이날마저 찾아뵙지 못하니 자식 된 도리로서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코로나19 사태 초기 요양병원,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면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자식들은 애가 탄다.

    창원을 비롯한 전국의 요양병원 등에서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비접촉 안심 면회 창구를 마련했지만 아쉬움은 매한가지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댄 노모는 자식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렇듯 이번 어버이날은 부모도, 자식도 잊을 수 없는 날이 되고 말았다. 이제 자식들의 바람은 단 하나, 코로나19를 잘 이겨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도한다. 그날은 부모님을 꼭 잡고 못다 한 얘기들을 마음껏 풀어 놓을 것이다.

    이준희(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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