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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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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부부의 날-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5-20 20: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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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은 결혼생활이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21세 동갑인 의령 출신 김해 허씨와 결혼했는데 27세 때 둘째 아들 출산 후 세상을 떠났다. 3년 뒤 안동 권씨와 재혼했으나 지적장애를 가진데다 16년만에 숨졌다.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인지 퇴계는 부부의 가치를 깊이 깨쳤다. 퇴계 나이 예순 때 갓 결혼한 손자 이안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드러난다. “아무리 친하고 가깝더라도 서로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언행을 삼가야 한다. 이런 법을 잊기 때문에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중용(中庸)에서도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군자의 도는 부부간 평범한 삶에서 그 실마리가 만들어지고, 지극함에 이르면 천지에 밝게 드러나게 된다(제12장)” 전통적 유교 가치가 지향하는 완성형 인간, 곧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부부관계가 시발점이라는 얘기다.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규정한 삼강오륜(三綱五倫)엔 부위부강(夫爲婦綱)과 부부유별(夫婦有別)이 있다. 남편은 아내의 굵은 줄(綱)이니 서로 이끌고 당기며 긴밀하게 돕고, 부부도 ‘별(別)’이 있어 예의를 지키라는 가르침이다.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밝힌 ‘2019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1만800건으로, 전년보다 2100건(2.0%) 증가했다. 과거에는 혼인 지속기간이 길수록 이혼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20년 이상 살고도 헤어지는 경우가 전체 이혼의 34.7%(3만8400건)에 달한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만 있는 국가기념일이다. 아시아 최고 이혼율에 따른 역설인지도 모른다. 재력 있고, 인물 좋고, 심성 착한 소위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기대치는 높고 현실이 바닥이다 보면 허구한 날 된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상대를 자신에게 맞추려다 보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부부는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뤄가는 긴 여정의 동반자다.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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