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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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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경남도 초대 총괄건축가 민현식 건축가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건축 환경 만들 것”
경남도, 건축물 공공성 살리려 지난해 총괄·공공건축가제도 도입
총괄건축가는 건축 정책 수립과 건축 비전 제시하는 민간전문가

  • 기사입력 : 2020-05-20 21: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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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는 도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각종 건축물에 경남 만의 독창성과 사람·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공성을 입혀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고자 지난 2019년 5월 총괄·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했다.

    도내에서는 경남도가 처음 시도하는 총괄·공공건축가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민현식(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대표)씨를 초대 총괄건축가로 위촉했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건축·도시·디자인 관련 정책 수립, 공간환경 개선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자문하는 민현식 총괄건축가를 만나 제도에 대한 설명과 건축철학, 향후 제도 운영 및 활동 방향에 대해 들었다.

    민현식 총괄건축가가 공공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현식 총괄건축가가 공공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는 무엇인가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는 별개 제도이다.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가 유사한 활동을 하거나 협력하는 일도 있고 총괄건축가가 개별 프로젝트를 자문할 때 공공건축가를 선정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마치 공공건축가의 장(長)이 총괄건축가인냥 오해되지만 실은 별개의 제도로 보는 게 옳다.

    총괄건축가는 건축의 정책을 수립하고 그런 일을 하는 민간 전문가다. 경남도의 총괄건축가는 경남의 건설환경 즉, 도시와 건축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며 그것을 합리적, 효과적으로 추진·시행하는데 자문하는 건축가다.

    반면 공공건축가는 경남에서 벌어지는 개별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고 공간계획, 즉 스페이스 프로그램, 설계자 선정, 설계, 발주, 시공, 감리, 준공 후 사용 등 전과정에 개입해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건축가다. 총괄·공공건축가는 자문할 뿐 설계를 수주해 설계용역을 수행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자문의 형식 등이 기존 제도화된 자문위원회보다 더 적극적일 따름이다.

    -지자체의 공공건축가제도 도입 취지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축물의 기획·설계부터, 디자인, 시공·준공까지 건축 전과정에 공공건축가를 참여시켜 도시 경관과 공간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로 건축기본법 제23조(민간전문가의 참여)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나는 1990년대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청 건축과를 방문했을 때 처음 총괄건축가, 소위 ‘바르셀로나 건축가제도’를 알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올림픽을 계기로 건축 환경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시티 아키텍트(city architect)’ 제도를 도입했고 그로 말미암아 바르셀로나 건축 환경의 격을 높이는 성공적 결과를 일궈냈다. 세계적 건축가를 참여시켜 피폐한 공업지역을 새로운 문화지구로 조성해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변신했고 악명 높은 사창가를 건강한 휴양지로 바꾸었으며 시내 오픈 스페이스를 시민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일본 건축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 위상을 획득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역시 건축적 환경의 질이 높아졌다. 이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이 앞다퉈 도시건축환경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경남도 공공건축가 구성과 활동은

    △경남 공공건축가는 교수 6명, 건축사 18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별로는 경남 14명, 서울 등 타 지역 11명이 위촉됐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공공건축물 72곳에 공공건축가를 지정해 자문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주민자치센터 복합화사업(경남형 생활SOC사업) 23곳, 사회적경제혁신타운, 경남 마을배움터사업 등 경남도 추진 사업 12곳, 합천 도시재생사업 등 시·군 추진 사업 17곳 등이다.

    지난해 8월에는 ‘총괄·공공건축가 워크숍’을 열어 공공건축가 간 정보교류 및 소통을 위한 공공건축가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도와 시·군 공공건축가의 역할을 정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어 서울, 창원에서 각각 소모임을 열었다.

    올해 4월 초에는 경상남도건축정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 도시, 사회, 경제, 문화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고 앞으로 경남도의 건축정책을 수립, 심의, 실행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건축정책위 출범으로 총괄건축가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공공건축가제도가 도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공공건축은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기반시설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랜드마크로서 지역경쟁력을 강화할 거라고 본다.

    도내 다양한 기관, 시·군이 개별 진행하는 공간환경 및 공공공간 개선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개발사업을 기획·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문성, 공공건축의 가치가 향상될 것이며 공간환경 통합 마스터플랜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남의 공공건축 나아갈 방향은

    △총괄건축가로 취임하면서 경남도가 다른 곳과 차별되는 아이덴티티(정체성)는 무엇인가를 발견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당연히 그 정체성을 구현하는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가로 주문이 발전된다. 그러나 나는 경남도가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수렴될 수 없다고 여기며 수렴되어서도 안된다. 그런 발상은 근대적 발상이고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사고라고 여긴다.

    경남도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각각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방식, 문화가 다르니 건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주와 통영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할 수 없고, 산청과 거제가 같은 건축으로 도배될 수 없다.

    건축의 조건은 환경의 조건에서 도출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남도의 모든 건축은 그 장소적 특질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도시와 마을의 특성에 걸맞아야 하며 일원화된 표준으로 지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지역의 프로젝트는 특정지역의 특성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돼야 한다. 그 일을 각각 프로젝트 담당 공공건축가가 발견하고 진행하길 바란다.

    -경남도 총괄건축가로서 앞으로 계획은

    △내가 힘쓰고 있는 부분은 좋은 건축가를 선정해 잘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좋은 건축가를 선정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도입하는가를 자문하는 일에 집중하는데 그것은 건축의 성공 여부가 건축설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모든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건축가가 참여하는 일, 좋은 설계자와 설계안을 선정하는 일, 그리고 흔히 놓치기 쉬운 준공 후 입주해 사용하면서 그것이 기획단계에 기대했던 목적에 잘 부응하는지를 모니터링해 백서를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올해부터는 좋은 설계자, 좋은 설계안 선정을 위해 설계비 1억원 이상은 공모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 구성인데 설계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경남도 대학의 건축과 교수에 더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우리 공공건축가가 꼭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원할 경우 추천하고 있다.

    ☞ 민현식 건축가는?

    1946년 경남 산청 출신이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공간연구소, 건축동인 장, 원도시건축 등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했으며 1992년부터 지금까지 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원장, (사)한국건축가협회 명예이사 등을 지냈다. 대표적인 설계작품으로는 통영 윤이상기념관,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 서울 신도리코 서울본사, 돈의문 박물관마을 등이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미국 펜실베이나대 비움의 구축 등 전시를 가졌고, 책 땅의 공간, 비움의 구축,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등을 썼다.

    글·사진=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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