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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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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외세 침탈과 민족상권 수호- 손무곤(창원상공회의소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20-06-02 2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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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반복되고,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비극이 된다. 과거의 기억과 기록이 때로는 새로운 사업구상의 밑거름이 되고, 결과가 좋지 못했던 역사의 순간들은 타산지석의 본보기가 된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가르침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한다.

    1889년 5월 1일 한반도 남해안의 중심이자 천혜의 양항으로 손꼽히던 마산포가 끈질긴 열강의 요청에 의해 개방된다. 개항과 더불어 마산포는 당시 아시아 패권을 노리던 일본과 러시아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는다.

    조차지에 이주해 온 각국의 상인들은 상권 확보에 매진해 마산포 재래시장에 침투하는 등 주민경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자본에 의한 경제침략이 본격화하자 전통어린 마산포 시장상인과 주민들은 오직 생존을 위한 자위적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1900년 5월 시장 객주들을 주축으로 마산상호회(馬山商護會)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이는 지역 최초의 근대적 경제단체이자 창원상공회의소의 모태다.

    마산상호회는 1902년 마산포의 정기시장을 일본의 조차지로 옮겨간 것을 되찾아왔고, 1906년에는 일본인 주도의 해안 매립과 어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당시 4만원의 거금을 마련해 항민공동매축청원서(港民共動埋築請願書)를 제출하는 등 민족상권과 지역민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

    이렇듯 열강의 경제침탈 속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주체는 상공인과 지역민이었다.

    1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수많은 요인들 속에 살고 있다. 더욱이 위협으로부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주체가 상공인과 지역민이라는 점도 다르지 않다. 과거와 달리 정부·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르고 있지만, 결국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은 지역경제의 주체들일 수밖에 없다.

    지역제품 애용 운동, 지역 기업 간 기술융복합과 신규 비즈니스 창출, 해외수출시장 공유 등 공유와 공생의 가치는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로부터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줄 것이다. 120년 전 마산상호회가 그랬듯이 말이다.

    손무곤(창원상공회의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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