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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코로나 100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다] (4) 코로나가 바꾼 일상 (중)경제

안전모 쓰듯 마스크 쓰고, 현장 관리도 화상으로

  • 기사입력 : 2020-06-02 21: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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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에서 신천지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비상체제로 돌입했습니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각자 알아서 조심하는 차원이었다면,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나온 시점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죠. 단 한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직장폐쇄로 이어지고, 이는 곧 회사와 구성원 모두의 생존과 직결 되니까요.”

    코로나19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한다. 사진은 대만과 삼강엠앤티 작업 현장, 삼강에스앤씨 회의실 3곳을 연결하는 화상회의./성승건 기자/
    코로나19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한다. 사진은 대만과 삼강엠앤티 작업 현장, 삼강에스앤씨 회의실 3곳을 연결하는 화상회의./성승건 기자/

    지난 1일, 삼강엠앤티㈜ 이상섭 차장은 야드를 함께 둘러보며 말했다. 고성군 동해면의 삼강엠앤티㈜와 종속회사 삼강에스앤씨㈜는 조선기자재와 해양플랜트, 선박수리 등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두 회사 합쳐 2500명 가량의 인원이 근무 중이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함께 하다보니 코로나19 상황은 어느때보다 엄중하다. 그 어려운 조선산업 불황도 이겨냈는데, 누구도 코로나가 일상적 이슈가 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뚫고 한반도 남단으로 내려오자 외국 발주처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난리가 났었죠. 외국선사들 입장에서는 불안했을 겁니다. 발주는 해뒀지, 현장에 코로나19가 덮칠 상황이지.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거냐, 제대로 만들어 내겠냐 등등 항의가 많았어요.”

    송상호 전무는 지난 몇 달간의 일을 되짚었다. “회사 내 안전매뉴얼을 만들어서 실행하는 모습을 전하고, 제작에는 아무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점점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국면에 드는 것을 보고 선주들도 안심했죠.”

    이후 직장의 모습은 달라졌다. 일단 출근시간이면 2000명이 넘는 사원 모두가 발열체크를 해야한다. 37.5도가 넘으면 회사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이전에는 위험한 현장에서 다치지 않도록 안전작업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개인 건강상태 점검부터가 먼저다. 분기별로 해야하는 정기안전보건교육도 전체가 모이는 집체교육을 줄이고 현장교육 시간을 대폭 늘렸다.

    왁자지껄하던 점심시간은 수저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가득찬다.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가 금지된 식사를 매일 하고 있다. 워낙에 현장이 덥다보니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던 작업자들도 이제는 안전화를 신거나 안전모를 쓰듯 자연스레 방독 마스크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

    고성군 동해면 삼강엠앤티㈜ 직원들이 가림막이 설치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고성군 동해면 삼강엠앤티㈜ 직원들이 가림막이 설치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확연히 달라진 점이요? 먼저 가정에 충실해졌달까요. 저녁에 모임을 안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니까, 자연스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사업장 내에 의료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건강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이 대폭 줄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 눈에 띄게 달라졌죠.”

    묵묵히 대화 없는 점심시간을 지나고, 오후에는 대만과 삼강엠앤티㈜ 현장, 삼강에스앤씨㈜ 회의실 3곳을 연결하는 화상회의가 열렸다. 현재 두 회사는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2주 전에는 벨기에 JDN에서 발주한 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첫 출항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납기를 준수했다.

    코로나 이전. 건조 중인 조선기자재 등으로 가득차 있다./삼강엠앤티/
    삼강엠앤티㈜ 전경. /삼강엠앤티/

    이날 화상회의는 덴마크의 오스타드(Orsted)사가 삼강엠앤티㈜에 발주한 하부구조물 제작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정기적인 회의였다. 오스타드는 현재 대만 서부 해안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 중으로, 여기에 설치될 28세트의 하부구조물이 고성에서 만들어진다.

    코로나19는 현장뿐 아니라 발주처의 업무 패턴도 바꿔놓았다.

    보통 발주가 이뤄지면, 발주처 본사 인력이 현장에 파견되는 것이 관례다. 장비나 인력 등을 확인하러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거나 아예 고성에 상주하면서 상황을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과 바다길이 막히면서 화상으로 현장을 연결해 점검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작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참석자들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더니, 곧바로 현장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제는 모두 비대면 회의가 일상이 된 듯 능숙하고 자연스럽다.

    사실 화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전혀 필요가 없던 문화였다. 제조업 특성상 미팅의 성격은 실물을 직접 육안으로 보고 이루어지는 면대면이었다. 직접 외국을 나가든지, 고성으로 오든지, 사람 간 교류가 잦았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사람이 오가지 않는 회의는 일상이 됐다.

    민지원 대리는 “처음에는 접속이 끊긴다거나 장비가 고루 갖춰지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점차 장비가 구비되면서 능숙해졌다. 유럽 쪽은 시차를 맞춰야 하는 부분도 상당히 낯설었다”며 “하지만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부분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6개 국가의 45개 팀이 동시에 접속해 회의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진행과정이 매끄러웠고, 바로바로 컴퓨터로 업데이트된 최신정보를 확인하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회의문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효율성과 비용절감의 장점을 각인시키며 잔존할 가능성이 커졌다.

    송상호 전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발주처와의 화상회의 문화가 오히려 더 일상적인 직장문화로 정착이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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