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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할머니에 대한 비난 이젠 멈춰야-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6-08 2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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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폭로성 발언을 한 이용수 할머니에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쉼터 소장 사망 후 주요 포털의 정의연과 윤 의원 관련 기사에는 ‘할머니들 위해 희생하신 분을 할매가 희생시켰다’, ‘이 할매 너무 하네. 은혜를 원수로 갚고. 30년 돌봐준 윤미향 보내버리고…17년 돌봐준 소장은 목숨 끊게 하고’, ‘독립군입니까? 이만큼 걱정하고 인정하는게 누구 덕일까요? 곱게 늙어라’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도 ‘결국 사람을 죽이네요. 검찰, 미통당, 이용수’, ‘옛말에 검은 머리 짐승은 돕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등의 험악한 글들이 게시됐다.

    이 할머니에 대한 일부 친여 지지층의 비난 공세는 할머니가 윤 의원과 정의연에 대해 각종 의혹을 폭로하고 섭섭함을 토로한 2차 기자회견 직후 극에 달했다. 이들은 이 할머니에 대해 비난을 넘어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포털에 올라온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할머니의 외모나 사는 곳, 과거 행적이나 발언을 언급하며 욕설을 하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 또는 추측을 통한 비난까지 다양하다.

    ‘치매다’ ‘노망이 났다’에서부터 ‘대구스럽다’ ‘대구 할매’ 같은 지역 혐오성 발언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민주당 당원 모임 게시판에는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결혼식을 한 할머니, 진실한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일본인의 아내는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는 글까지 게시됐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친일 할매’ ‘왜구의 후예’라는 댓들로 할머니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어떻게 보면 이용수 할머니와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 할 수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 처음 나섰던 2012년 ‘대구·경북 위안부 추모의 날’에 이 할머니를 만난 뒤 2017년 대선 전날 마지막 집회때도 할머니와 조우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할머니를 공식 행사장에만 네 차례 초청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때는 할머니와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주연배우 이제훈씨를 초청해 나란히 앉기까지 했다. 그런 할머니가 일부 친여 지지층으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비난과 모욕을 듣고 있는 데도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할머니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아 인간적인 아쉬움을 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요한 시기마다 문제의 핵심을 짚는 발언으로 잘못된 물꼬의 방향을 틀고는 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 등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판단되면 특별수사 지시를 통해 사건 해결에 힘을 보태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면서도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양시론적인데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계기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은 이제 멈춰졌으면 한다.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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