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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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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빅브러더- 조고운 문화팀 기자

  • 기사입력 : 2020-06-01 2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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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우리는 미술관과 도서관 그리고 노래방에서도 개인정보를 밝혀야 한다. 출입구에 놓인 인명록 속 낯선이의 정보 아래 내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때면 안도감과 불편함이 교차한다. 코로나19 대비를 위한 시스템이 고마우면서도, 매일 곳곳에 기록될 나의 흔적을 누구나 볼 수 있음은 달갑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 우리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러더를 떠올린다. 소설 속 빅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정보를 통제하고, 영속적인 집권을 가지려 한다. 현실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빅브러더의 위협이 확대됐고, 인권 보호와 맞물려 경계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그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 확진자 발생 시 10분 만에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 때도 인근에서 30분 이상 머문 1만명의 개인정보를 이틀 만에 확보했다. 우리의 휴대폰과 신용카드, CCTV가 텔레스크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제비영리법률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9개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도입했다. 중국에서는 공공장소에 AI(인공지능) 안면인식기를 설치했고,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감시를 위해 드론을 띄운다. 터키에서는 소셜네트워크를 통제하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는 코로나 19 확산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감시가 장기간 묵인된다는 것은 위험하다. ‘사피엔스’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경고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감염병으로 인해 감시와 추적 기술을 거부했던 국가에서조차 일상화될 수 있다. 임시적 조치는 대개 위기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지속되기 마련이다. 인류는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 강화 사이,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 두 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조고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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