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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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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30) - 밑의 깃들다, 받아들이다, 물들다

  • 기사입력 : 2020-06-16 08: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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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87쪽과 8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87쪽 첫째 줄에 ‘익힘’과 둘째 줄에 ‘이야기하여 보아라’는 앞에서 나온 것들이지만 쉬운 말이라 반가웠습니다. 셋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 나온 ‘오늘날과 같은 민주 정치 밑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에서는 ‘민주 정치’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더구나 ‘민주 정치 밑에서도’는 요즘 다른 책이나 풀이에서 ‘민주 정치 하에서도’와 같이 쓸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다섯째 줄에 ‘무관은 무슨 까닭으로 난을 일으켰는가?’도 ‘무관’과 ‘난’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아닌 ‘까닭’이고 ‘유발하다’가 아니라 ‘일으키다’라는 쉬운 말을 써서 더 좋았습니다. 우리 둘레 곳곳에서 ‘이유’와 ‘유발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다 보니 ‘까닭’과 ‘일으키다’를 쓰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옛날 배움책이 좋은 보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되풀이해서 나오는 ‘밑’도 그렇고 아홉째 줄의 ‘다음 사람에 관하여 아는 것을 적어라’에서 ‘관하여’를 빼고 다 쉬운 말을 쓴 것도 거듭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열셋째 줄에 ‘깃들다’는 말이 있습니다. ‘깃들다’는 잘 아시다시피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미다’는 뜻인데 앞에 있는 ‘사대사상’이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다음 줄과 그다음 줄에 걸쳐서 나온 ‘서로의 협조심이 깨어지게 된 까닭을 살펴보자’에서 ‘협조심’을 빼고 다 쉬운 말을 써서 좋았습니다.

    마지막 줄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이고’에서는 다른 책에서나 풀이에서 ‘수용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받아들이다’는 말을 써서 반가웠습니다. 88쪽 첫째 줄의 ‘자주 드나들면서부터’도 ‘자주 출입하면서부터’가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둘째 줄에 나오는 ‘물들다’는 말도 참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어서 나오는 ‘돋보다’는 말도 이럴 때 이런 말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듯하여 참 고마웠습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온 “우리 문화를 우습게 여기고 제 민족 제 나라까지 천하게 여기게 되었다”라는 월을 보고 오늘날 우리 삶의 한 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섬찟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줄부터 나오는 ‘제 것을 보존하고 제 정신을 차리며 제 민족을 사랑하고 제 나라를 높이고자는 자주사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글을 보며 그때 그 마음이 오늘날 우리들 마음속에 흐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열째 줄에 나오는 ‘싸움’과 열둘째 줄에 나오는 ‘때마침’이라는 말도 쉬운 말이면서 참 알맞게 쓴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줄과 그다음 줄에 걸쳐서 나온 ‘궁궐이 불에 타고 쓸쓸하게 되매’는 좀 낯설면서도 ‘쓸쓸하다’를 이럴 때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열다섯째 줄의 ‘옮기고’, 열여섯째 줄의 ‘갖추어’, 마지막 줄이 ‘세우자는’까지 쉬운 토박이말을 써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깊어 가는 봄기운처럼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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