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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잘 사는 것의 의미- 송봉구(영산대 인문학 교수)

  • 기사입력 : 2020-06-17 2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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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봉구 영산대 인문학 교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차츰 이런 상황에 적응하면서 삶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공인 동양고전을 강의하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심보감과 논어, 도덕경, 불교 경전인 신심명 등을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강의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풀어주고 있다고 하지만 20대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기특하게도 다수의 학생들이 잘 듣고 있다고 하니 꼭 학생들에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동양고전들은 어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른들은 먹고살기에 바빠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다행히도 고전을 읽어야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다는 학교의 교육방침 덕분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고전들을 20대의 젊은 나이에 배우고 있다. 20대에게 동양고전은 생소하겠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고전을 배운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지금 배우고 있는 동양의 고전들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가 문득 20대 대학시절에 배운 한 구절이 자신의 괴로움을 조금은 가볍게 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필자도 강의 준비를 꼼꼼하게 하다 보니 그동안 무심코 넘어갔던 내용들을 깊게 이해하게 되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잘 사는 길인지 동양의 현자들이 말했던 내용들을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양고전을 통해서 나의 내면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건지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명심보감은 ‘부지런함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요, 조심함은 몸을 보호하는 부적이다’. 너무나 평범한 말씀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살아보라고 하면 쉽게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이다. 나이가 들수록 게으르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이런 한 구절이 우리를 다시 삶의 현장으로 힘차게 나아가게 한다.

    논어에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역시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말씀이다. 그런데 가만히 이 말씀을 음미해보면 그동안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 같고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가르침과 반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형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많이 시켜왔기 때문이다.

    도덕경에서는 ‘하늘과 땅은 영원히 산다. 그 이유는 내(하늘과 땅)가 베풀었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가 일을 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늘과 땅은 인간에게 가격을 측정할 수 없는 물과 햇빛을 주면서도 한 번도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구절을 보면서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늘과 땅처럼 조건 없는 보시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심명은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를 얻지 못하고, 말과 생각을 끊을 때 진리를 얻게 된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신심명의 주인공 승찬도 진리를 얻지 못해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다가 스승 혜가를 만나서 자유를 얻었다. 그 내용이 사랑과 미움의 분별심을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냥 놓으면 되는데 놓지 못하다가 분별심을 보여달라는 스승의 한마디에 승찬은 그냥 놓고 자유를 얻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여줄 수 있는 분별심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 동양 현자들의 말씀을 음미하면서 참으로 잘 사는 길은 하늘과 땅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를 행할 때 혹은 승찬처럼 분별심을 내려놓을 때 길이 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송봉구(영산대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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