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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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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경남을 행복하게 해줄 그대를 기다리며-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0-06-22 2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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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태 시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강의, 비대면 공연이 한창이다. 스포츠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5일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가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면서 선수들은 텅 빈 관중석 앞에서 관중의 응원과 함성 없이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는 고독한 전투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 같았으면 마산의 야구장 주변은 물론 경남 전체가 떠들썩할 법한 프로야구 엔씨다이노스를 응원하는 열기도 이른 더위만 못하다.

    그런데 이런 미지근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 야구팬들 사이에 요즘 크게 유행하는 말이 있다. 바로 ‘엔구행’, ‘엔씨에 구창모가 있어 행복하다’라는 줄임말이다.

    구창모 선수는 2020시즌 프로야구에서 평균자책점(0.51), 승리(4승), 승률(1.00), 탈삼진(38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5회) 등 각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주관한 기자단과 팬 투표 합산 총점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지난 5월의 MVP에 선정되었다. 그러다보니 ‘엔구행’은 구창모 선수의 또다른 별명으로, 구창모 선수를 대변하고 있다.

    엔씨(NC)에 구창모 선수가 있는 것처럼 운동경기든 우리의 일상적 삶이든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확실히 믿고 기댈 존재가 있다는 건 분명 행복을 담보하는 일이다. 국제적 모범사례를 창출해내면서 코로나19의 위기를 헌신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우리 의료진들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리 없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 역시 그런 존재들이다.

    얼마 전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각본·국제영화·감독·작품상’을 휩쓸었던 봉준호 감독도 시상식 때 무대에 올라 “한국 관객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영화의 숨은 주역으로 영화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을 지원해 오고 있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봉준호 감독에게 우리나라 관객이나 후원자의 존재가 그런 믿고 기댈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뒷배(빽)’가 ‘우리 모두가 함께 믿고 기댈 수 있는 뒷배’와 일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내겠지만 ‘나만 믿는 뒷배’ 나와 한편인 ‘우리만 믿는 뒷배’를 만들어 내려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되는 다른 편에게는 불만과 불행을 안겨주게 된다. 최근 서울의 한 공군부대에서 발생한 ‘황제 군복무’ 의혹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90년대도 아닌 2020년인 요즘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의구심까지 든다.

    자신의 주장이 바로 정의라고 여기며 결과의 영광을 공유하고 반칙과 특혜를 과시하는 이들을 두고 많은 철학자들은 ‘덕의 파괴자들’이라고 규정한다. ‘남을 빠뜨린 구멍에 언젠가 자신도 빠진다.’라는 옛말처럼 갈등을 부추기고 많은 국민들의 기댈 데를 독차지하려는 용의주도하고 염치없는 이들은 필히 제 함정에 자신들도 빠지게 될 터이므로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독립과 자유와 풍요를 담보 받아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뒷배가 든든하면 운동선수들은 능력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여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처럼 국방이든 외교든 치안이든 경제든 복지든 교육이든 어딘가 든든히 기댈 데가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민생은 행복해진다. 우리 지역이 연고인 엔씨다이노스의 팬들에게 행복한 기운을 안겨주고 있는 구창모 선수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남과 경남인들의 희망과 행복을 구원할 든든한 뒷배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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