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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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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33) 상솔위위(相率爲僞)

- 서로 거느리고서 거짓을 한다. 떼를 지어 잘못된 일을 한다.

  • 기사입력 : 2020-06-23 0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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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소장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사상가인 맹자(孟子)와 동시대에 허행(許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농주의자(重農主義者)였고, 지극한 평등주의자였다. 임금도 자기 손으로 농사짓고, 자기 손으로 밥을 지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허행은 농사는 자기가 짓지만, 필요한 그릇이나 옷 등 생활필수품은 자기가 농사지은 곡식과 바꿔 충당했다.

    맹자가 그 제자 진상(陣相)에게 왜 직접 물건을 만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농사짓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맹자가 “왜 그렇게 번거롭게 물건을 교역하오?”라고 물었더니, 진상은 “여러 기술자들이 하는 일을 직접 하려면 농사짓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맹자가 이렇게 반박했다. “그러면 천하를 다스리는 임금의 일은 유독 농사를 지으면서 할 수 있겠습니까? 일에는 지도자가 할 일이 있고,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 할 일이 있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몸에 많은 기술자들이 만든 물건이 갖춰져 있는데, 반드시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고 하면 천하 사람들을 모두 길거리로 내몰아야 할 것입니다. 일에는 마음을 쓰는 것이 있고, 육체를 쓰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 요(堯) 임금, 순(舜) 임금은 천하를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들었고, 우(禹) 임금은 물을 다스려 홍수의 피해를 없앴고, 직(稷)이란 분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순 임금이 설(?)이란 분을 시켜 오륜(五倫)을 가르쳤소. 성인들이 이렇게 백성들을 위해 일했는데 농사지을 겨를이 있겠소?”

    진상은 그에 대해서 변명하길 “누구나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우리 스승 허행의 도를 따르면 시장의 물가가 한 가지로 돼 어린애가 시장에 가더라도 상인들이 속일 수 없을 것입니다. 옷감의 길이가 같으면 값이 같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맹자가 이에 대해서 반박했다. “만물 가치가 같지 않은 것이 만물의 실정이요. 어떤 것은 같은 물건이라도 두 배, 다섯 배, 어떤 것은 열 배, 백 배가 되고, 천 배, 만 배에 이르는 것도 있소. 그대는 모든 물건을 나란히 놓아 같은 값으로 평가하는데, 이런 생각은 도리어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요. 큰 신이나 작은 신이나 값이 같다면 누가 큰 신을 만들겠소? 허행의 도를 따르는 것은 서로 거느리고서 거짓을 행하는 짓이요.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 천하를 다스리겠소?” 진상은 더 이상 말을 못했다.

    요즘은 인권이 신장돼 자유와 평화 등을 무한히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다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사실 민주주의 근간이 자유와 평등이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요즈음 운동권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대로 하는 자유나 일률적인 평등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제도 속의 제한된 자유와 능력과 업적에 따른 비례적 평등을 말한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평등은 양적 평등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는 평등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평등과는 정반대다. 열심히 일한 직원이나 빈둥빈둥 논 직원이 똑같은 월급을 받아 간다면 이는 전혀 평등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여권 인사들이 자유·평등을 부르짖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무리로 거짓된 짓을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 相 : 서로 상. * 率 : 거느릴 솔, 비율 률. * 爲 : 할 위. * 僞 : 거짓 위.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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