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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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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0년 공직 생활을 마치며- 김진술(진해구청장)

  • 기사입력 : 2020-06-23 2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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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눈부시게 화창한 6월, 39년 7개월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내 인생에 여유를 담는 쉼표를 찍기 위해 명예퇴직을 한다. 막상 퇴직일이 다가오니, 기나긴 공직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진해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공무원을 시작하고, 진해에서 구청장으로 퇴임하는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고향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돼 진해시의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많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더 아쉬웠을 시민들을 위하여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더욱더 열심히 일에 매진했다.

    필자와 진해군항제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2015년 진해구 안전건설과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여좌천 일원에 노점상 금지와 함께 ‘차없는 거리’를 시범 운행했다.

    그 때 불법노점상이 없는 깨끗한 거리 조성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여좌천 일원을 ‘차없는 거리’로 지정했을 때 노점상들의 엄청난 민원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군항제 기간에 ‘차없는 거리’ 운행은 당연한 일이 됐다.

    올해 진해구청장으로 재임하던 중, 진해구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진해 군항제가 57년 만에 취소되고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경화역 등 주요 관광지가 폐쇄됐다. 코로나19 청정지역 사수를 위해 진해구 전역 방역 활동 강화 등 전 행정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코로나19 진해구청장’이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달게 됐다.

    39년 7개월의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동료들을 잊을 수 없다. 그 동료들 덕분으로 나의 공직생활은 찬란하게 빛났으며 낙엽처럼 차분하게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민원과 접하면서 최선을 다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도움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자 공무원의 임용 경쟁률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그래서 공직에 들어오는 후배들 중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다만, 경직성이 강한 공직사회에서 공직의 전통이나 지역 정서 등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힘들게 공부해 입문한 후배들의 눈에 공직 일이 하찮게 보일 때도 있다. 선배 공직자의 경험과 지역사회의 전통,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 시대에 걸맞은 행정문화를 만들어 가면 성공적인 공직 수행이 될 것이라 감히 조언한다. 또 한 가지, 임사주상(臨事周詳) ‘일처리는 언제나 꼼꼼하고 면밀하게’를 마음 속에 깊게 새기기를 바란다. 일에 임해서는 그 처리 과정이 주밀하고 꼼꼼해야 한다. 다급한 상황일수록 방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제 공직의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아직 자연인이라는 말이 나에게 어색하게 들리지만 조만간 익숙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원시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주민들에게 베풀어 삶이 따뜻해지고 시야가 넓어졌다. 이제는 독수리처럼 훨훨 날아 제2의 인생을 사는 나 자신을 꿈꿔본다.

    김진술(진해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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