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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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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가 간다] 코로나19, 내 등록금 돌리도!

“학교 한번 안갔는데 수백만원 내라니” 대학생들 부글부글
건국대 전국 첫 등록금 환불 결정 영향
대학생들 등록금 반환 목소리 커질 듯

  • 기사입력 : 2020-06-24 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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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건국대학교가 총학생회와의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통해 국내 첫 등록금 환불 결정을 내렸다. 등록금 환불은 올해 1학기 재학생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건국대학교의 결정의 영향으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총학생회 학생들이 연합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국 203개 대학 2만178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9%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많은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고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등록금 환불을 위한 온라인 행동 교육부총공 선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대학생119·청년민중당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등록금 환불을 위한 온라인 행동 교육부총공 선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대학생119·청년민중당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창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예율씨는 “온라인으로 개강을 하게 되면서 초반에는 강의 없이 과제로만 대체되는 수업이 많았다. 이후 개선이 됐다곤 하지만 수업의 질이 떨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면서 올해 학교를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학교 부지조차 안 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동일한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총학생회도 학교와 등록금 감면 방안과 관련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외 경남대, 경상대, 창원대 등 경남지역 대학들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서는 지금까지 등록금 환불 여부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책 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서 총리실 직원과 교육부 직원의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서 “학생들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총리의 말씀과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학생과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인터뷰] 새내기 이가현씨

    “학교 시설물 이용 못해... 등록금 일부 반환 마땅”

    서울의 한 사립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이가현(20·창원시 마산합포구)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 같은데.

    △대학생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입시기간을 버텼다. 대학이 발표되면서 원하던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나의 한 번뿐인 20살을 20살답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벚꽃이 휘날리는 캠퍼스를 걷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올해 벚꽃은 집에서만 봤다.

    -비대면 강의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학내 구성원들과 원활한 소통이 힘든 것이 가장 불편하다. 수업 중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교수님께 질문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또한 학과 특성상 조별 과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SNS로만 연락을 주고받으니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6월부턴 제한적으로 대면수업을 실시해 이러한 어려움이 조금은 해결됐지만 원래 받았어야 할 수준의 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등록금 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받았어야 할 수준의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습수업에 대해선 비대면 강의와 대면 강의의 차이가 더욱 심하다. 이는 엄연히 학습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등록금에는 학내 시설유지비 명목도 있다고 들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현재 학내 시설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학교 측에서는 시설유지비 등이 포함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줬으면 좋겠다. 등록금의 일부를 장학금 명목으로 돌려준다는 방안도 들리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장학금이 아니라 수백만원의 등록금 중 이용하지 않은 시설물 비용과 행사비 등 우리가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비용을 산정하여 돌려주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학교들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관련 사안을 해결하겠다 밝혔는데 정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또한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학기에도 대면강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학기는 처음이라 혼란도 많았지만 만약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가 진행된다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혜진 변호사

    [인터뷰] 변호사 남혜진씨

    “코로나發 온라인 수업, 등록금 반환사유로 보기 어려워”

    대학 등록금 반환 문제와 관련한 심층적인 내용을 위해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에 위치한 해정법률사무소에 대표 변호사로 있는 남혜진 변호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개강 연기와 온라인 수업 대체는 등록금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나?

    △대학등록금은 대학이 학생에게 강의, 실습, 실험 등 교육활동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역무를 제공하고 이러한 교육역무에 필요한 교육시설 등을 이용하게 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다5531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관련해 등록금 ‘반환’ 사유는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개강연기나 온라인 수업 대체라는 사유가 위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상 ‘반환’ 사유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에게 반드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등록금 반환이 이뤄진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반환 형태는 무엇일까요?

    △등록금의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 장학금의 형태로 지급하거나 등록금을 일부 감액하여 돌려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학교장의 재량사항으로, 사유가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적용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익적 이유로 소요되는 경비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지원해 학생들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현재까지 등록금반환청구소송에 대한 사례가 있나?

    △관련 판례로는 대학 측의 위법행위 등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그로 인해 학생들이 등록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실험 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대학교의 교육시설 및 설비 미비 등의 미비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현저할 뿐만 아니라 학생이 위 대학교를 선택할 당시의 기대나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6다34281 판결).

    -학생들의 등록금반환청구소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아닌 정상적인 수업을 예정하고 비싼 등록금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등록금 감면이나 정상수업의 개시 등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대학 측의 귀책으로 개강 연기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안전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공익적 이유 때문이므로 정상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은 점에 대한 대학의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또한 온라인 수업을 위한 비용 및 예정된 학사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지출 등을 주장한다면 등록금을 감액 또는 면제해주지 않는 것이 과연 재량의 한계를 위반한 정도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창원대 최원창·정현진·김민경 학생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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