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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코로나 이후- 나태주(한국시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0-06-25 2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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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살이가 많이 달라졌다. 몇십 년은 뒤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적막하다. 길거리 자동차들이 많이 줄었다. 당연히 행인들도 줄었다. 어쩐지 그것이 딴 세상에 온 듯 낯설고 서툴다. 공주와 서울을 오가는 자동차의 횟수가 줄었다. 배차 간격이 떠서 많이 기다려야 한다.

    공주 시외버스 터미널의 표지판을 보았더니 인천공항행 버스 시간표 위에 까만 표시가 모두 붙어있다. 공항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는 증거다. 그것은 또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치관이 바뀌었다. 이전에 가치 있는 것들이 가치가 없어지고 예전에 가치 없던 것들이 다시금 가치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대단위로 무슨 일인가를 하는 일부터 불가능하다. 무조건 사람 많은 데는 피하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는 혼자서 하는 일들이 가치 있는 일이 되었다.

    비대면, 비접촉,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는 길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데 더욱 인생이 외롭고 쓸쓸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프라인의 삶이 위축된 데 비하여 여전히 작동한 것은 온라인의 삶이다. 절대적인 단절과 고독과 속박의 시대에 온라인마저 막혔다면 어쨌을까? 사람들은 걱정하고 또, 안도한다. 그런대로 답답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의 역할이 컸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 온라인의 영향의 더욱 증대되겠지 싶다.

    내가 주로 만나거나 소통하는 사람들은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 한 분과 이야기하다가 조용히 놀란 일이 있다. 그분은 출판사 대표인데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자기네 출판사에서는 매일같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코로나 이전 때부터 책의 매출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무슨 일로? 문제는 책의 종류다. 그분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생활실용서인데 그 가운데서도 꽃 기르기, 실내 화단 꾸미기, 반려동물 돌보기와 같은 책들이 그렇게 잘 나가더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실내에 갇혀서 사는 동안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고 종이 오리기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지털과 어울린 아날로그의 삶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방식은 디지털이되 그 내용은 아날로그로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코로나 이후의 우리네 삶의 새로운 국면이요 피하기 어려운 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기를 맞이하여 시 쓰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본다. 비대면 비접촉이 강화되다 보면 인간은 더욱 고립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고독감, 소외감, 우울감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런 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려주는 그 무엇일 것이다. 울퉁불퉁해지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고 쓰다듬는 그 어떤 심리적 작용일 것이다. 그것이 그러할 때, 동원되어야 하는 것이 시라는 문학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시는 인간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 문장형식이다. 산문이 작정하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는 글이라면 시는 작정 없이 언뜻 떠오르는 감정을 급하게 쓰는 글이다.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문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격한 마음을 다스려준다. 말하자면 마음의 묘약인 셈이다. 만약에 시가 그런 역할을 감당하기만 한다면 시를 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나의 책은 변함없이 팔렸다. 물론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통해서였다.

    코로나 시대. 코로나 이후 시대. 활기차게 자유롭게 살았던 어제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 정작 그것이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평안해야 한다. 마음의 평안이 행복의 기초다. 그렇게 소중한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시인들은 더욱 정성껏 시를 써야 하겠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길이다.

    나태주(한국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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