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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갈등의 전말- 이재성(시인)

  • 기사입력 : 2020-06-25 2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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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성 시인

    하늘이 운다. 열대 지역에서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와 긴 장마 사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 어디쯤이다. 장마가 변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의 기상예보는 자꾸만 어긋난다.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 전조다. 지구환경이 변하고 있다. 찾아올 무더위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또 다른 적응 기간이 찾아온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된다. 개인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내리는 비에 감정이 들어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홍수는 마음에도 일어난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역사의 격변들이 행간을 펼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 목소리를 높이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에 관해 시선을 거두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는 동안 쏜살같이 지나가는 사회변화에 무감각했다. 군중의 무관심을 먹이삼아 커버린 비정상적인 사회구조가 있다. 쌓여가는 비정규직이 있다.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취업 준비생이 있다. 수직의 세상에 수평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누구나 높은 수준의 삶을 원한다.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일자리에 경쟁이 생긴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 정규직인 청원경찰로 전환한다는 발표와 ‘인천공항 근무 직원’이라는 이름의 오픈 톡방 메시지로 여론의 목소리가 나뉘고 있다. 자극적이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언론보도가 여론에 불을 지핀다.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에 22만명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습니다.’는 청원자의 마음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IMF 경제위기 이후 이어져온 노동 문제 중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대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정안 고용, 부당해고 같은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한 고용환경 등 노동시장의 주변계층이 감내해야 했던 기간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특히 정규직과 유사한 일을 하면서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차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큰 동력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삶의 질과 환경이 변했다. 1960년대 영화 ‘마부’처럼 고시 합격으로 온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 동일한 출발선을 기대하기엔 지나간 세월동안 사회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100세 시대 베이비부머세대와 자녀들이 일자리 경쟁을 하고 있다. 안정을 담보하는 정규직만이 해결책으로 개인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1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는 비정규직자리도 구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제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가 이번 사건으로 곪아터진 것일까. 그 전부터 있었던 일들이다. 목소리를 내고 공감과 여론 형성이 바로 우리 손안에 있다. 민주주의에 신경 쓰지 않고 생업에만 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누적되었다.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서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지난한 시간과 논의의 장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갈등의 전말을 통해.

    이재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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