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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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왜 안인득을 감형했나

1심선 사형, 2심선 무기징역 선고
심신미약 인정·책임주의 원칙 적용
2심 재판부 “조현병 앓는 피고인… 행위 불법성만 본 선고는 가혹”

  • 기사입력 : 2020-06-25 2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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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안인득은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일까.’ 안인득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은 배경에 심신미약 인정과 책임주의 원칙 적용이 있었다.(25일 5면 ▲안인득 무기징역 감형… 유족들 펑펑 울었다 )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범 안인득이 지난 24일 항소심 재판에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 온라인에는 “안인득은 사람을 죽이고 법은 유족을 울렸다”거나 “인간도 아니다. 살려둬선 안 된다”며 감형에 분노하거나 재판부를 힐난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안인득이 무기징역을 받은 데는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경을 한다는 것 외에는 사유가 상세히 드러나지 않았다.

    1심에서 사형 선고 후 24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안인득./경남신문DB/
    1심에서 사형 선고 후 24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안인득./경남신문DB/

    본지는 25일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번 판결 취지를 보면 안인득은 어렸을 적부터 불우하게 자라 조현병 증세로 일련의 사건을 겪었다. 병의 진단까지 받지만 치료는 중단됐다. 증세가 심각해져 폭력적인 성향을 여러차례 드러냈지만 그 가족이 입원시키려 노력해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끝내 범행 비극이 발생했고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됐다.

    즉 이번 재판에서 감형 요인이 된 것은 심신미약이 인정됨에 따라 사형을 내릴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상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허용된다.

    이는 불과 몇 년 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는 데도 적용됐던 근거다.

    결국 정신질환자의 범행 책임 소재가 재정립되지 않는 한 심신미약 인정이 곧 감형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이 같은 판결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인득 사건 2심 재판부는 “조현병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서 전제하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그가 저지른 행위의 불법성만을 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만, 범행을 오롯이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보아 사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것으로 되었으나, 피고인에 대해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과 피고인의 정신적 상태가 범죄 발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여러 양형 조건들과 죄형의 균형,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대변하는 배심원 다수가 사형 의견을 개진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법정 최고형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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