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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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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3) 네 식구 생계 도맡고 있는 여고생 지영이

“가족 생계 위해 실업고 진학… 빨리 취업해 보탬 되고파”

  • 기사입력 : 2020-06-30 22: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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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허리 수술해드리고 싶어요”

    창원에 사는 지영(가명·16)이는 하루빨리 취업하는 게 소원이다. 엄마, 언니, 동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일찌감치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결정했다. 기립성저혈압과 호흡기 알러지가 있어 2개월 마다 주사를 맞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아프다는 생각에 움츠러든 적은 없다.

    지난 26일 창원시 팔룡동 집에서 지영이와 선영씨가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창원시 팔룡동 집에서 지영이와 선영씨가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엄마 선영(가명)씨는 결혼 8년 만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 이혼 당시 막내 지형이는 너무 어려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외할머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2년 만에 지형이를 데려왔고, 다시 네 식구가 모였다. 선영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과 식당일을 병행했다. 네 식구가 단란하게 살아가길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 세 아이들을 뒷바라지한 세월 동안 얻은 것이라곤 망가진 몸과 마음이었다. 왼쪽다리와 목, 손목에 골절이 왔고 허리디스크 시술까지 받게 됐다. 밤마다 목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잠을 깬 적도 여러 번, 그 이후로 일은 포기해야만 했다. ‘생계’ 하나만 보고 달려 왔던 순간이 후회되기도 했다. 한때 우울증도 겹치면서 ‘삶’마저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정 한 번 없이 제 할 일 해내는 아이들을 보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영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 수술이 필요하지만 수백만원이 드는 수술비를 부담할 수 없어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심지어 근골격계 질환도 앓고 있어 앉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 아이들 도움 없인 외출할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막막하기만 해요. 건강이라도 좋았더라면….” 선영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공황장애가 있어 버스 타고 김해 병원까지 이동하는 일이 힘들다”며 “집과 가까운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건강하게 크는 것이다.

    언니 지수도 초등학교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현재 지영이와 같은 기립성저혈압 증세가 있다. 유달리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도 유아교육과에 진학했지만,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해 학교를 자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보호자로서 생계와 용돈벌이를 책임지는 장녀로서의 역할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 처지라 학생의 본분을 지킨다는 게 어렵기만 하다.

    동생 지형이는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왔다. 화가 날 땐 방문을 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족들은 속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지형이가 가장 좋아하는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형이가 키우고 싶어 한 이유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길 바라는 가족의 바람이 컸다.

    “이젠 매일 아침 눈 뜨면 공원을 산책시킬 정도로 둘도 없는 사이가 됐어요. 하하” 지형이는 어느 새 자신의 몸집만큼 자란 반려견과 함께 성장해 있었다.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는 “지영이 가족이 받는 정부 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유지만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수천만원의 채무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 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 질병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영이의 경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실업고를 진학했지만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매가 학업과 가사를 병행하고 있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6월 10일 10면 ‘할머니와 사는 은주’ 후원액 7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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