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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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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익힌 하동 팔순 어르신들의 ‘인생 시집’

경상대 사업단 ‘실버 인문학 체험’
횡천면 상남·횡보마을 38명 참여
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 펴내

  • 기사입력 : 2020-07-03 0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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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횡천면 상남마을 한 할머니가 책상에서 시를 쓰고 있다./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
    하동 횡천면 상남마을 한 할머니가 책상에서 시를 쓰고 있다./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 첫아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 웃음꽃이 활짝 폈지 / 시어머니께서 낮참 밤참 / 따끈하게 해다주면 신랑이 / “우리 각시는 배가 참 큰갑소” 하더라네 /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김행주 作 ‘가장 행복했을 때’)

    하동군 횡천면 상남·횡보마을에 사는 팔순의 어르신들이 인생을 담은 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을 냈다.

    시집에는 두 마을 어르신 38명이 참여해 101편의 시를 담았다.

    한글도 모르던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혔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를 쓴 것이다. 시집 제목 ‘가로내’는 하동 횡천강의 순우리말이다. 가로내를 중심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의 역사를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시집이 발간된 사연은 흥미롭다. 경상대학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2017년 하동군과 함께 ‘하동, 秀, 茶纖水: 결의 인문학으로 물들다!’를 주제로 인문도시사업을 진행했다.


    사업단은 프로그램의 하나로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을 실시했다. 이는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2010년부터 하동군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실시한 덕분에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기에 사업단을 이끄는 강인숙 단장과 경상대 교수, 강사, 경상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하동문학관, 하동문인협회 회원들이 하나가 돼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덕선씨의 ‘어머니’는 아주 짧은 시구절임에도 순간 울컥하게 한다. ‘어머니 / 어머니 / 내 어머니 / 어머니 딸도 / 이제 이름 써요 / 박덕선’ 어린 시절 딸이라고,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로 왈칵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글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도 있다. ‘일 공부 노코 / 글 공부하니 / 할딱 벗고 춤추듯 좋아졌네 / 배창수 거더쥐고 웃것네’ (김분악 作 ‘춤추며 시작’ 중). 글에서는 정겨운 하동 고장말(사투리)도 느껴진다. 한편 이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 열린다.

    강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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