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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조바심은 가장 큰 죄악- 정오복(문화생활팀장)

  • 기사입력 : 2020-07-05 2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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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 쏟아지는 국내 출판시장에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언론사 출판담당기자의 간택(?)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이때 첫인상이 중요한데, 표지 디자인보다 우선하는 것이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간한 책 중에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가 있다. ‘Know-It-All Society’가 원제인데, 진영대결이 첨예한 우리사회의 시선을 끌기에 효과적인 시도로 보인다.

    ▼‘know-it-all’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요즘 유행하는 ‘확증 편향’과 맥을 같이 하는데, 원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에서 두 단어는 닮아 있다. 확증 편향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남의 주장이나 다른 의견에는 아주 꼼꼼하게 약점을 잡아내고 비판할 줄 아는 사람도 자기주장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치열한 논쟁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노-노 갈등을 넘어 한국사회의 공정성 문제로, 정치 공세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정규직 전환은 특혜이고, 이들 때문에 자신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든다고 반발한다. 반면 취업하는 부문과 연봉이 차이나 기회 박탈이 아니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놀부 심보라는 비판도 해 혼란스럽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조바심’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이라고 말했다. 조바심은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진행을 충분히 지켜볼 수 없게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자신이 믿고 싶은 것 외에는 모두 부인하고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며 섣부른 자기 확신을 다진다. ‘철학은 지름길이 아닌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라 했다. 철학의 지혜가 절실하다.

    정오복(문화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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