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토)
전체메뉴

[사설] 통영 장애인 노동력 착취 왜 막지 못했나

  • 기사입력 : 2020-07-05 20:11:45
  •   
  • 19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유인해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을 착취한 통영의 악덕 양식장 업주 A씨가 지난 2일 구속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 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17살부터 노동력·임금 착취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당하고, 화장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매일 새벽부터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려왔다. 이 장애인은 2017년 양식장을 뛰쳐나와 거제에 있는 A씨와 같은 마을 출신인 B씨의 정치망 어장에서도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노예처럼 일했다. A씨와 이 마을 주민 C씨는 장애인수당까지 착복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물도 이런 취급을 받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 주소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전남 ‘신안 염전노예’ 사건과 판박이다. 5년 2개월 동안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한 채 소금 생산 등 각종 잡일에 동원돼 노예처럼 일한 경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 뽑을 것을 지시하고, 섬 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하는 등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비인간적인 행위들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에 따르면 노동력 착취 피해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농업, 염전, 식당, 공사현장, 재활처리장 등이라고 한다. 악덕업자들의 포섭대상은 대부분 연고가 없는 지적장애인들로, 3D 업종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이번 통영 사건은 장애인의 동생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경남도는 통영 사건과 같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10월 폭력·학대 피해 장애인을 임시 보호하고 지역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학대피해장애인 쉼터’를 설치·운영키로 했다. 지자체 등은 임시방편적 대책 마련이 아니라 주민들의 신고를 강화하고, 학대 취약지에 대해 깊이 있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