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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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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35) 방미두점(防微杜漸)

- 미미할 때 막고 점차적인 것을 막아라. 조금 낌새가 보일 때 미리 해결하라.

  • 기사입력 : 2020-07-07 0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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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소장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생기려고 할 때 조처를 취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미루다가 일을 어렵게 만들거나 마침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긴 둑이 모두 다 터져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개미구멍만한 데서 물이 새기 시작해 점점 커져 둑이 터지는 것이다.

    필자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등한히 하다가 최근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다 왔다. 지난 3주간의 연재 원고는 병상에 누워서 써 보낸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한두 시간 운동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정신자세로 살아왔다. 이상한 음모를 꾸미거나 허욕을 내지도 않고, 남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도 않고, 내 노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해 왔다.

    신체검사에서도 계속 정상이라 건강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2009년 신체검사를 하니 ‘1㎝ 이하의 담석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판정담당 의사에게 “수술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다음에 증상이 있으면 오십시오”라고 했다.

    그 뒤 2012년 1월 7일 북경에서 밤에 길을 가다가 가슴과 배가 당겨 거의 객사할 것 같은 위기를 느꼈다. 북경에서 제일 최신시설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었는데, 중국 병원에서 ‘이상 없습니다’라고 하는 말만 믿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지금 와서 보니 담석 때문이었던 것이다.

    2018년 12월 신체검사에서 담당의사가 “담낭이 흐릿하게 나오니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 받아 보시지오”라고 했다.

    “2020년 신체검사 때 큰 병원에서 한 번 받아 봐야지”라고 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병원 가기가 싫어 미루고 있었다. 그동안 배도 가끔 당기고 좀 이상했지만, 나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지난 6월 4일 오후에 배가 당기면서 견딜 수가 없어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서 입원했다.

    “급성담낭염이 이미 심하여 염증에서 이미 암으로도 발전할 수도 있고, 패혈증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무시무시한 진단결과가 나왔다.

    입원할 때만 해도 담석만 제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고 하니, 후회가 막심했다.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간단하게 복강경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생명 자체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최종 판정은 단순염증이라, 병원에서 수술 잘 받고 퇴원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미리 대비하지 않은 자신의 생활습관 때문이니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필자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조금 낌새가 보일 때 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겠다.

    * 防 : 막을 방. * 微 : 작을 미.

    * 杜 : 막을 두. * 漸 : 점점 점.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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