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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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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전의이씨 시조, 이도의 묘는 명당일까

  • 기사입력 : 2020-07-17 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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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곧 사람이다. 병이 깊은 사람은 눈에 광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도 흐트러지고 피골이 상접하다.

    사람과 매한가지로 산 또한 돌무더기가 많은 산이나 땅심이 약해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산이나 석산 등을 병든 산이라 한다. 산의 형세가 변화가 넘치고 기세가 웅장하면서도 반듯하면 정기가 뭉쳐 있는 산이라 한다.

    정기가 모여 있는 산의 형상을 사람이나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물형론(物形論)’이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 ‘복호형(伏虎形·호랑이가 납작 엎드린 형상)’ 명당이라 불리는 전의이씨 시조 이도(李棹)의 묘가 있다.

    이도는 고려개국공신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을 토벌하려 금강에 도달했을 때 강물이 범람해 대업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배를 만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인물이다. 왕건은 본래 쓰던 이름인 치(齒) 대신 도(棹)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필자의 생각엔 ‘고려라는 배가 탄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지 싶다.

    복호형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이도 묘는 완만한 기복의 낮은 뒷산이 호랑이 등이며 좌청룡과 우백호가 앞발이 되고 묏자리가 얼굴이 된다. 복호형 명당의 요건은 앞쪽에 반드시 사슴이나 개와 같은 먹잇감이 있어야 한다. 묏자리와 주변 산은 ‘호랑이가 앞발에 힘을 주며 등을 엎드리고 긴장한 상태에서 전방에 있는 개바위(狗巖·개가 새끼를 거느린 형상의 바위)를 노려보고 있는 형상’으로 기(氣)가 모여 있는 얼굴에 묘를 쓰서 자손들이 발복한다고 후손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물형론으로만 판단하면 자칫 혈처(穴處·묏자리)를 잡는데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지리(地理)의 이치로써 판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도 묘의 용맥(산줄기)은 튼실하고 깨끗하며 좌우요동과 상하굴곡을 힘차게 하고 있어 진용(眞龍)임은 분명하다. 혈처 좌우의 청룡과 백호는 용맥과 계곡에 비해 상당히 낮지만 나무를 빽빽이 심어 부족함을 보충하였기에 안온한 자리가 되었다.

    안산(앞산)은 부귀를 상징하는 일자문성사(一字文星砂)로 적정한 높이와 빼어난 형상을 하고 있다. 실제 묘 앞쪽의 철로 가에 있는 개바위는 물형으로 설명하기 위한 상징적인 존재로 볼 수 있지만 이도 묘가 좋은 자리임은 분명하다. 북향인 묘는 발원지이며 자신이 왔던 곳을 바라보는 회룡고조형(會龍顧祖形)인데, 곧장 바라보는 곳에 영사재(永思齋)가 있으며, 이도의 30대손인 이광호가 관리를 하고 있다. 이도가 부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공주 금강의 뱃사공이었던 선조의 선행(善行)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당나라의 주호선사(朱昊禪師)가 금강 장기나루에서 가난한 자를 도우며 적선(積善), 적덕(積德)을 베푸는 이도의 선조인 이방이(李芳伊)의 선행에 감복해 그의 망부(亡父) 묏자리를 잡아준 후, 자손만대에 걸쳐 번영을 누릴 것이라 하였다. 장사 지낸 지 120여년 후에 이도를 비롯해 후손의 번창이 끊이질 않으니 선사의 은덕을 기리고자 석승상(石僧像)을 조각해 진양각에 봉안하여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는다. 그 옛날 주호선사가 잡아준 묘는 급경사를 이루며 내려오던 용맥이 마지막 용틀임을 하고 나서 안식을 위해 낮고 차분한 형상을 갖추었다. 좌청룡과 우백호가 야트막하지만 나무가 보완을 하고 있으며 안산 너머 금강이 있지만 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안산 너머의 큰 강은 암공수(暗拱水)로 식록과 오복을 갖추고 벼슬이 정승에 오르며 오래도록 번성함을 뜻한다. 주호선사가 점혈(點穴)한 묘와 이도 묘는 대단히 좋은 자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명당은 선행을 베푼 자에게 주는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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