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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이창하(시인)

  • 기사입력 : 2020-07-19 2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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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는 위대한 장군이 죽게 되면 대통령이 직접 장례식장에 나와서 장군에 대한 예우를 표시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국가에 몸 바친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르는 예우를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까 군 복무에 대해서 명예롭게 생각하고 군인이 되고자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당연하다 국가를 수호하는 군인이 없다면 나라가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며칠 전 우리나라를 북한의 도발로부터 지켜낸 영웅이 떠났다. 바로 백선엽 장군이다. 흔히 이순신 장군이 아니었더라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진작에 속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며, ‘성웅(聖雄)’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6·25 때 백선엽 장군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쯤 우리나라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사람들은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사람에게 무슨 예우가 필요하냐면서 6·25 때의 공을 헐뜯는 북한이 우리와 뿌리를 함께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들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먼저 총을 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지금도 이산의 고통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원인 제공자인 북한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분단된 현실에서 당연히 통일이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분단된 문제에만 집착하여 역사적 사실까지 망각한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있겠는가. 나의 아버지도 6·25 당시 군 복무를 한 상황이고 전전 정권 때부터 국가유공자로 등록이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나는 항상 내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 때 일어난 상황을 보고 나는 내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의 아버지는 인민군을 몇 명이나 죽인 살인자일까를 생각하니 머리끝이 쭈뼛했다.

    누가 조국을 위해 몸 바친 나의 아버지를 살인자의 반열에 올려놓게 했는가. 백 장군의 장례식장에는 책임 있는 여당 대표나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 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것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어쩌면 범죄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도나도 다투어 장례식에 등장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위대한 장군의 죽음 앞에는 한마디 말이 없는지 상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있다. 정작 미국 정부나 주한 미국대사 역대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은 위대한 장군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의 추모사를 보내오거나 낭독을 했는데, 정부 당국을 이끄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여당 대표 등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며 지도자인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어떤 사회가 만들어질까에 대해서 누구에겐가 묻고 싶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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