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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언택트에 ‘온기’를 더한 ‘온택트’-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 교수)

  • 기사입력 : 2020-07-19 20: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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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 낳고 코로나19가 키운 ‘언택트’이다.

    언택트(Untact)란 ‘콘택트(contact)’를 부정하는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이다. 직접적 접촉이 없는 교류로 한마디로 ‘비대면’이다. 최근 발표된 ‘바이러스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온라인은 SNS 등의 소통뿐 아니라 쇼핑, 교육, 의료, 근무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상회의와 수업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바깥과 물리적 접촉을 피하기 위해 언택트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온라인의 편리함을 누리고자 언택트를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이 주는 편리함이 마음의 접촉을 멀어지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언택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대면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소통의 ‘온기’를 채우는 ‘온택트’가 등장했다. ‘Un’이 부정을 뜻한다면 ‘On’은 연결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도 실제 공간처럼 교류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졌고,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 공연 분야에서는 지난 5월 ‘드림-비욘드 더 드림쇼’가 세계 107개국에 생중계되면서 관객들은 실시간 콘서트를 안방에서 즐겼다. 팬들은 라이브 공연 가수와 화상으로 연결돼 질문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며 실제 공연장보다 더 가깝게 소통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프로야구 팬들이 무관중 경기를 보며 ‘랜선 응원’을 즐겼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른 팬들과 함께 응원하며 해설전문가와 실시간 소통으로 ‘직관’을 ‘집관’으로 즐겼다.

    교육에서도 ‘온택트’가 가능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필자는 5월 초까지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직접 볼 수 없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 각자의 자기소개 스토리를 온라인 설문으로 받았다. 청중이 없고 개인정보가 보장되는 온라인 특성 때문인지 학생들은 학기 초에 만나면 쑥스러워서 할 수 없는 개인의 역사와 비전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줬다. 강의 직후마다 수업에서 바라는 내용과 궁금한 점을 청취하면서 학생들이 평소 수업 때 질문하고 싶어도 망설였던 궁금점들과 요구사항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청취 된 의견은 다음 강의 때 응답하며 소통했고 요구가 많은 콘텐츠들은 수업 주제로 첨가하기도 했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언택트 수업의 공백을 고민하며 학생들을 돋보기로 더 자세히 예쁘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대면 수업이 좋았다. 다행히 5월부터 등교로 전환돼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의 눈빛과 수업 반응으로 교감할 수 있었다.

    다만 언택트만으로 부족했던 소통을 시도하면서, ‘일대다’가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과 ‘일대일’로 소통하고자 했던 노력을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한 공간에서 얼굴을 보며 ‘접촉’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학생들과 ‘연결’돼 있다는 착각을 했는지 모른다.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SNS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사람들과 더 자주 연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접촉’인지 서로의 마음이 닿는 ‘연결’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문자로 안부를 묻고 사진을 공유하고 소식을 나누는 것은 ‘접촉’이다. 그러나 직접 얼굴을 보고 함께 식사하고, 약간의 침묵 이후에 나올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연결’ 즉 소통이다. 문자 이모티콘이 내 기분의 일부는 보여줄 수 있으나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많은 ‘접촉’들에 안심하며 진정한 ‘연결’은 시도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제 언택트는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언택트에 어떻게 ‘온기’를 불어넣어 ‘온택트’로 나아갈지의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가 됐다.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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