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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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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휴가, 그리고 나에게로의 선물- 이현근(체육팀장)

  • 기사입력 : 2020-07-20 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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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 카피로 널리 알려졌지만 휴가(休暇) 사용법에 대해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고 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충전을 위한 쉼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하루걸러 비가 내리는 지루한 장마가 7월말께 끝이 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 코로나 사태로 딱 멈춰버린 새로운 세상에서 올 여름 휴가는 어떻게들 보낼까 고민들이 많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세상을 지배한 해다. 코로나는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자제하도록 하면서 집밖은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직접 사람과 만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언택트(Untact) 시대가 됐다. 올여름 휴가 계획에 대한 한 설문조사결과 직장인의 절반 정도인 53.2%가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16.5%P나 감소한 것인데 코로나 확산에 따른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휴가대신 ‘슬기로운 집콕생활’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직장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인 조선시대에도 휴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종대왕은 공을 세운 학자들에게 업무를 떠나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라는 서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시행했고, 양반들은 음력 7월15일인 백중절에 머슴들을 하루 쉬게 하면서 돈까지 쥐어주며 장에서 술도 마시고 음식도 사먹게 했다고 한다. 쉼은 재충전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으리라.

    ▼휴가철이라도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휴가는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거나 개인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지만 생업에 쫓기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곧 생계위협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렇다고 탓만 하며 살기엔 인생이 길지 않다. 열심히 일하지 않았던들 어떠리. 호사로운 크루즈 여행은 못하더라도 시골집 작은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워보기도하고, 매미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도 즐기며 오롯이 나에게 휴식을 선물해보자.

    이현근(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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