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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문화도시와 시민 주도의 문화자치- 김겸섭(경상대 독어독문학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7-20 2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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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차 예비 문화도시’ 사업의 공모 마감이 임박했다. 전국 여러 도시들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몇몇 언론의 보도처럼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1년간의 예비사업 추진 결과를 심의받게 될 것이다. 이후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면 5년간 최대 200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령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쇠락과 소멸의 불안을 감내하고 있는 지역들의 입장에서는 지역 혁신과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동력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무엇보다 5년간의 문화도시 조성 과정에서 행정 및 재정 지원만이 아니라 전문가 자문 상담과 문화도시 간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니 더욱 매력적이다. 실질적인 시민 문화력 향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 할만하다. 올해 우리 경남에서도 통영, 창원, 진주, 밀양 등의 도시가 도전할 것이라 한다.

    이미 전국에서 7곳이 문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고, 10곳은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최종 지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감스럽지만 경남에서 문화도시로 확정된 사례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준비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기우인지 모르겠지만 사업 준비과정에서 사업의 취지가 점점 희미해져간다는 인상 때문이다.

    최근 도시새생사업이나 생활형 SOC 사업, 그리고 이번 문화도시조성사업 등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일회적 이벤트나 문화시설 인프라 확충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유네스코나 우리의 문화기본법이 강조하는 문화 다양성과 시민 문화권이라는 장기적 비전이 지역만의 고유성이나 장점과 잘 어우러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깔려있다. 그런 점에서 사업을 위해 급조된 시민 모임이나 공청회 등은 감점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도시로 선정되고자 한다면 오히려 오랜 전통의 지역 시민 모임과 활동을 찾아 계획서에 담는 것이 더 실효적일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문화적 역량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가운데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을 위한 문화적 설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도전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정 혹은 탈락 이후의 행보가 더 중요할 것이다. 예비사업 이후 최종 지정 혹은 탈락 지자체에 대한 평가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여부이다. 지난 사업에서 선택되지 못한 지자체들의 자체 평가서 역시 주민의 이니셔티브(initiative) 부족을 공통적으로 반성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장소에서 공동체 문화자치를 실현하고 시민이 문화적 주체로 나서서 문화 환경을 스스로 운영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업을 지역 혁신과 발전의 전기로 삼고자 하는 지자체들 스스로도 점검하고 모자란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제일 시급한 숙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운이 좋아서 선정이 되었더라도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려면 시민들의 문화자치 움직임을 촉구하고 활성화하는 일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행정 당국과 여러 단체들에게 부탁한다. 여러분들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을 경제적 목적이나 통치의 수단으로 삼지 말았으면 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각 지자체와 대학, 시민단체 등도 문화 행정 및 문화 매개의 행위자로서 각자의 역할을 점검했으면 좋겠다. 공동체 문화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을 문화의 생산자이자 행위자로 삼겠다는 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곳곳에 문화자치위원회나 마을문화자치모임 같은 것들이 풍성하게 생겨나 폭풍 성장하는 날을 꿈꾸어본다.

    김겸섭(경상대 독어독문학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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