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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리의 힘- 이상규(취재1국장)

  • 기사입력 : 2020-07-20 20: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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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서점을 둘러보다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 구입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영국의 기자 출신인 저자(팀 마샬)는 지정학이 전시나 평시를 막론하고 모든 국가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좁게는 마을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발 붙이고 사는 땅에서 모든 게 비롯된다. 유럽과 미국을 하루만에 갈 수 있는 시대에 살지만 인간의 일상 행동 반경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약 22.5㎞ 이내에서 이사를 다니고, 일상 시설의 대부분은 약 4.8㎞ 이내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인간이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잡고 배우자를 구하고 인생을 마감하는 곳 역시 특정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시속 300㎞가 넘은 기차를 타는 21세기에도 보통 인간은 출생지 인근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고 죽는다. 따라서 지리는 한 인간의 활동 반경인 동시에 인식의 크기와 방향에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지역사회가 산과 강을 따라 경계가 나눠지는 것처럼 각 나라의 영토 또한 산맥과 강, 사막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 국경이 지리적 특성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열강의 의지에 의해 직선으로 나눠진 곳은 언제든 분쟁의 소지가 있다. 38도선을 중심으로 나눠진 한반도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과 일본(제5장)을 하나의 독립된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는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의 경유지가 되다’ ‘일본,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다’란 소제목으로 두 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저자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BBC 기자 출신인만큼 어느 정도 서방의 시각으로 한반도를 바라보지만 남한과 북한간의 전쟁이나 통일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냉정한 입장을 취했다.

    “중국은 북한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 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항공모함을 잇따라 건조하는 등 군비를 확장하고 있고 , 미국은 7월 들어 두번째로 항공모함 2개 전단을 남중국해에 보내 훈련에 나섰다. 이번 훈련은 대만이 중국의 무력침공에 대비해 한광 36호 군사훈련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또한 미국은 최근 동맹국인 일본에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를 231억 달러(약 27조7200억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4대 강국은 각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겠지만 누구도 한국의 통일을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간이 70년간 248킬로미터에 달하는 DMZ(비무장지대)를 두고 대치하고 있듯이, 4대 강국 모두 한반도 전체를 일종의 이념의 완충지대로 보고 관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통일을 볼 수 있을지 더 의문이 든다.

    이상규(취재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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