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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180석의 오만과 편견-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7-21 20: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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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권 정치팀 서울본부장

    2015년 10월 1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가 고성군을 찾았다. 10·28 고성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백두현 후보 지지 유세를 위해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 등과 오일장이 열린 고성시장 등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소속 하학렬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되면서 재선거가 치러졌다.

    문 대표는 이를 겨냥해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 전임 군수가 선거법을 위반해 벌어진 것으로 새누리당은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그룹엔 이런 부패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감의 발로에서 비롯했다.

    앞서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 상실 시 재보선 무(無)공천 실시’라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민주당은 당헌(96조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았다.

    당시 문 대표의 자신에 찬 발언이 5년 뒤 부메랑이 되어 자기 진영을 옥죄는 ‘족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게다.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박원순)과 부산시장(오거돈) 보궐선거가 실시되는데 원인 제공자가 모두 민주당이 소속이다. 그것도 한결같이 성추문이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도덕성은 이미 땅에 추락했다. 한데 치명적 과오에도 무공천 원칙을 고수하자니 잃는 게 너무 많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당헌을 짓뭉개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도 명분이 없다. 인구1000만 명과 340만 명의 대한민국 1·2도시 광역단체장 동시 선거는 그야말로 ‘대선급’이다. 오는 2022년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서울과 부산 광역단체장을 미래통합당에 뺏기면 대권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은 뻔한 사실이다.

    결국 민주당은 어떤식으로든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미 2018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에 연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사퇴하자 같은 해 6·13 지방선거에 무공천 당헌을 적용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당시 양승조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켰다. 성범죄 정도는 당헌에 규정한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당시 잣대를 들어대는 분위기다. 다의적이고도 모호한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억지 명분을 만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뒤늦게 피해자로 지칭한 것도 이런 인식의 한 단면이다. 욕을 먹더라도 일단 밀어붙여야 본전이라도 건진다는 속셈이다.

    이런 판단엔 ‘우리는 깨끗하고 옳다’는 편 가르기식 진영논리가 깔려있다. 여기에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상황에도 자신들에게 표를 던질 것이란 강한 믿음이 뒷받침한다. 21대 국회가 방증이다. 유권자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여당은 무소불위다. 국회의원 60%인 180석에다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했다.

    무조건 나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오만과 편견은 파국을 재촉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같고 백성은 물 같은 존재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잔잔한 듯 보이지만 한순간 성난 파도로 돌변하는 게 민심이다.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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