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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박종훈 교육감님, 역지사지(易地思之) 아시지요- 정기홍 (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20-07-27 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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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최근 학교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대해 얼마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두 달여 지났는데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으로 짐작된다. 다름 아닌 창녕 학대아동 사건이다. 11살 어린 소녀가 계부·친모로부터 목에 쇠줄이 묶인 채 하루 한 끼 밥을 먹으며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과 젓가락으로 손과 발이 지져졌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직한 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소녀가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4층 지붕을 통해 탈주해 길거리에서 발견된 지난 5월 29일이다. 지구상에서 일어난 일이며, 무너진 천륜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달 후인 6월 29일. 박 교육감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후 성과와 미래교육의 모델이 될 ‘미래교육테마파크’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신이 거둔 성과와 향후 비전 설명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교육인권경영센터 개관 등으로 학생이 존중받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꽃피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한 달 전 발견된 창녕어린이를 생각했다면 “학생이 존중받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꽃피는…” 같은 말이 나왔을까. 기자회견 중 이 소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교육자는 늘 따뜻한 가슴이 전제돼야 한다.

    경남교육청은 학대아동 사건과 관련해 의례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관심을 가진 이 사건에 대해 박 교육감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예방대책을 세울 때 역지사지의 심정을 가졌어야 했다. 그렇다면 울분이 토해지고 대책도 더욱 깊이가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않아서 몰랐고, 그 이전 학교에서는 밝고 활달했다”고 해명했다. 이보다는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강조하는 게 옳았다.

    박 교육감은 그 후 이 소녀를 찾아가 보듬어 주었을까. 만일 그러지 못했다면 오는 성탄절에 따뜻한 목도리를 둘러주면서 용기를 북돋워주고 학교생활과 방과 후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챙겨주길 바란다. ‘관심’과 ‘따뜻함’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사랑하며 가난한 것이 애정 없는 부유함보다 낫다’는 L.모리스의 말이 떠오른다.

    2017년 경남의 한 고교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제자인 여고생들을 몰카로 촬영하다 적발된 적이 있다. 경남교육청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 후 달라졌을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경남의 고교와 중학교 여자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된 것이 잇따라 발견됐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고 분노케 한 것은 몰카 설치범들이 모두 그 학교 교사였던 점이다. 이 같은 일이 한국 아닌 나라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박 교육감은 아버지의 입장에 서서 심각성과 참담함을 느껴야 한다. 여학생, 학부모, 여교사, 학교 졸업생들이 받은 충격을 접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고뇌했는지 묻고 싶다. 경남교육청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는데도 사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지지부진했다. 게다가 대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허술하기까지 했다.

    교육계는 창녕 학대아동사건과 몰카사건 등을 두고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를 고심해야지, 언론에서 떠드는 것이 언제 끝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안 된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덮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한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것을 빼내야 한다. 지금 교사와 학생, 각종 시설이 있는 학교가 ‘양날의 칼’처럼 느껴진다. 박 교육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고, 학교 내에서는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교내에는 여전히 몰카가 설치돼 있다는 심정으로 매일 출근길에 나서야 한다.

    정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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