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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과거사 청산- 김희진 (정치팀 기자)

  • 기사입력 : 2020-07-29 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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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시카고시 도심에 있는 아리고파크와 그랜트파크에 각각 127년, 87년간 서 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지난 24일 새벽 3시(현지시간) 기습 철거돼 비공개 장소로 옮겨졌다. 1492년 아메리카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인물로 칭송 받으며 기념 동상까지 제작됐던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한밤에 당한 기습 철거에 지하의 콜럼버스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콜럼버스 동상 철거는 지난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시위,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운동 영향이다. 시카고뿐 아니라 보스턴, 마이애미 등에서도 그의 동상은 철거 또는 훼손됐다. 지난날 위인전에 이름을 올렸던 대탐험가는 오늘날 침략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미국판 과거사 청산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위인은 더 있다. 미 하원은 흑인노예제를 지지한 남부연합 지도자 5명의 동상을 의회에서 철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버지니아주는 남부연합군을 이끈 로버트 E. 리 장군의 기마상을 철거할 계획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은 미국 개혁에 앞장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동상을 철거키로 했고 프린스턴대 국제관계대학원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문제 스쿨’에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이름을 뺀다. 그들의 추구했던 인종주의, 백인우월주의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 40년을 맞아 전국에서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진행 중이다. 충북도는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동상, 기록, 업적 등을 없애기로 했다. 제주도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등을 없앴고 대전 현충원 입구 전두환 친필 현판도 교체됐다. 전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 변경과 생가 철거 요구가 수년째 이어져온 경남에서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대상에서 전씨를 배제하는 조례 개정이 추진된다. 찬반논란이 예상된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를 딛고 서 있지만 과거 자체가 현재는 아니다. 현재를 성찰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김희진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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