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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 이창하 (시인)

  • 기사입력 : 2020-07-29 21: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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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하 시인

    여우가 원숭이에게 꽃신을 선물했다. 꽃신을 공짜로 얻은 원숭이는 이 꽃신을 매일 신고 다녔다. 꽃신이 다 해져버리자 여우는 한 켤레를 더 선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꽃신이 또 닳아버리자 원숭이는 여우에게 한 켤레를 더 달라고 했다. 그러자 여우는 그제야 “이제는 공짜로 줄 수 없습니다. 나무에서 따온 잣을 대신 주시겠어요?”라고 했다. 원숭이는 한마디로 거절하면서 꽃신이야 없어도 그만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그 사이 원숭이의 발바닥은 어느새 말랑말랑해졌다. 그래서 딱딱한 땅 위를 걸어 다닐 때마다 전과 달리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원숭이는 여우에게 꽃신을 달라고 애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솝 우화의 이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하다. 다행히도 정부에서 국민에게 재난구호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임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며, 그 재원은 어디에서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최근 3개월 사이에 국가 부채는 천문학적이며 급격히 상승한 국가 부채율에 대해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는 38개국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전년 8위에서 두 계단이나 떨어졌으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으로 올 국가채무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이런 속도라면, 내년이면 50% 중반을 넘어서 2030년에는 130%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각종 기금이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문제는 정부재정이 고갈된 뒤에 국민에게 줄 꽃신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풍요롭게 사는 것은 쉽게 적응이 되지만 부자가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부작용이 많이 따르기 마련이다. IMF에서는 우리나라 올 경제성장 비율을 -2.1%로 예측한다고 했다.

    이러한 경제적 후유증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후세의 노고를 팔아서 배를 채우는 격이니, 세상에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이건 아니다 싶다. 태어나자마자 부채를 지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우리가 보게 된다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그렇다고 고용 창출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지금 수준에서 볼 때 그것도 뾰족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이니, 인구 절벽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거나 몇 개월짜리 공공근로로 땜질을 할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일자리 창출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며, 임금 인상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최저 임금을 동결시키거나 좀 더 낮춰서라도 기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에서도 자신들만 잘 먹고 잘살아보자는 논리보다는 나부터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각오와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으로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창하 (시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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