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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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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사회적 가치는 세계 기업의 표준이다 -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7-29 2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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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가운데 하나인 SK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런 활동을 세계 경제가 눈여겨봤는지 그룹 회장인 최태원씨를 2020년 1월 다보스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아시아 시대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미래’ 공식 세션의 패널로 초대했다.

    그리고 최근에 최 회장은 기업이 사업을 하는 목적을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기업이 주주(shareholder)만을 위해서 사업을 하는 시대는 지났고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는 그야말로 기업에 투자하여 배당을 받는 사람들이다. 초기 사업체를 설립한 사람들은 사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은 배당이나 주식 거래를 위해 투자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는 다르다. 경영학에서는 이미 사회, 파트너(협력사), 투자자(주주), 고객, 직원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SPICE로 표현하며 ‘이해관계자’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 자연환경,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하면 ‘확장된 이해관계자(SPICE-GEN)’가 된다.

    그러므로 확장된 이해관계자를 위한 기업이라는 것은 ‘기업의 경제 행위가 미치는 범주가 회사를 넘어 사회 전반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사회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고 그 사회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1970년대 학교에서도 기업은 이윤 추구와 함께 사회를 고려하는 조직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는 없고 이윤 추구만 남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이윤만 추구한 결과 양극화, 사회갈등의 심화, 자연 파괴, 기후 위기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의 코로나19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즉, 바이러스를 만든 것은 자연의 돌연변이겠지만 확산과 차별적 죽음은 자본 중심의 파괴적인 경제의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러한 주류 자본주의의 폭주에 대해 일부 건강한 세력들이 제동을 걸어왔다. 1968년 설립된 로마클럽과 그 클럽이 1972년 제출한 ‘성장의 한계’가 시작이다. 이후 경제발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이상 논쟁을 벌인 끝에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합의한 ‘지속 가능한 발전’, 그리고 UN이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권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개 목표’ 등이 그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기업의 대표 기준격인 국제표준화기구(ISO)는 환경경영 시스템 표준인 ISO14000, 사회책임 경영을 표준화한 ISO26000, 부패방지 경영 시스템으로 ISO37000,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정비된 안전보건 경영 기준인 ISO45001을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하나의 무역 장벽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노동자를 착취하여 생산하거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여 만든 상품 또는 원자력이나 화석연료의 전기로 생산한 상품에 대해 일부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더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사업을 할 때에 경제적 성과만 아니라 취약계층 고용, 소비자와 노동자 안전, 자연 생태계 배려 그리고 지역사회에 공헌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 사회적경제기업이다. 이렇게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실현하던 사회적 가치는 이제 일반 자본기업에도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가 되었다. 우리 경남의 자본기업들도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 협력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길 기대해 본다.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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