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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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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들 - 고증식

  • 기사입력 : 2020-07-30 08:09:07
  •   

  • 연탄 한 장이

    밥이 되고

    국이 되고

    구이가 되던 시절


    구멍 난 연탄 한 장이

    한숨이고

    눈물이고

    포만도 되던 시절


    일 나갔다 돌아온

    어느 겨울밤

    부엌바닥에 쓰러진

    아내를 둘러업고

    응급실 달려가기도 했는데


    아득하다

    연탄 한 장으로

    서로를 불붙이던

    뜨겁던 날들


    ☞ 오락가락하는 장마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는 날, 책장에 오래 묵혀둔 시인의 시집을 꺼내 펼쳐놓고 빨갛게 피어오르는 연탄 한 장이 뿜어내는 따뜻한 온기를 오랜만에 온몸으로 느껴본다.

    시인이 살아왔던 시절은 연탄 한 장에서 피어오르던 열기로 가족의 끼니를 해결하고, 방구들을 덥히던 힘겨웠지만 뜨거웠던 날들과 때로는 가슴 아파했던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검은 시절이었다.

    ‘구멍 난 연탄 한 장이 한숨이고, 눈물이고, 포만도 되던 시절’ 어렴풋한 그 시절이 오늘 새삼스레 마음에 파고드는 것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들쑥날쑥한 장마 날씨 때문일까? 아님 어수선한 요즘의 사회분위기 때문일까? ‘연탄 한 장으로 서로를 불붙이던 뜨겁던 날들’ 그리워진다.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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