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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위징과 고약해- 이종구 (정치팀 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7-30 0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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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최근 여권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최 감사원장은 7000억원이나 들여 보수한 ‘월성원전 1호기’를 2018년 6월 조기폐쇄 결정한 배경에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작용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 집중 감사를 지시하면서 현 정권의 눈밖에 났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보를 근거로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등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최 감사원장을 공격했다.

    ▼당 태종이 통치한 시기를 중국 역사에서는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부른다. 당 태종에게는 뛰어난 대신 여럿이 있었는데, 그중 위징(魏徵)이라는 이는 사사건건 태종에게 ‘아니되옵니다’를 외쳐, 태종이 아주 성가셔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조정 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 의관이 바른지를 알 수 있고…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잘못을 알 수 있는 법이오. 위징이 죽었으니 나는 거울을 잃어버린 것이오.” 위징의 충직한 간언과 태종의 열린 자세 덕분에 당나라는 이때 큰 번영을 누렸다.

    ▼조선 세종 때 고약해(高若海)라는 신하는 간언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금의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기도 했으며, 어명에 대꾸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세종에게 “실망했습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다른 임금 같았으면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은 고약해를 현재의 검찰총장인 ‘대사헌’에 등용하기도 했다.

    ▼여권의 최 감사원장 공격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과 닮았다. 윤 총장 역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이유(?)로 여권의 집중공격을 받아 식물총장이 돼 있다. 청와대는 윤 총장 임명 시 “우리 총장님”이라 애정을 표시했고, 최 감사원장을 지명하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할 적임자”라 평가했다. 그러나 둘 다 자신들의 치부를 들추기 시작하자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

    이종구 (정치팀 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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