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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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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들이 예술회관을 빛낸다- 김정희(거제시문화예술재단 경영지원부장)

  • 기사입력 : 2020-08-02 2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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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일부러 찾으려 들면 더 눈에 띄지 않는다. 복도 바닥은 방금 걸레질을 한 듯 광이 난다. 창문 창틀 손잡이 화장실 어디에도 먼지 한 톨 없다. 이 모든 일을 한 장본인들은 정작 찾아 볼 수가 없다.

    미화팀 직원으로 불리는 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특수효과로 객석에 뿌려진 종이 가루를 치워야 하는 날이면 두 배의 노동력을 요구한다. 연이어 다음 공연을 준비해야 할 때면 분주함을 넘어 다급해진다.

    무대를 거론하자면 공연장의 완성도를 위한 스탭진을 빼놓을 수가 없다. 화려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위한 준비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그 몇 곱절이다. 관객이 빠져나간 무대와 객석은 시간마저 멈춘 듯 고요함과 적막함이 감도는데 비례해 스탭진들의 손길이 빨라진다. 무대장치 봉이 내려오고 닫혔던 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분주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공연이 끝난 뒤의 무대 철수가 시작되는 풍경인 것이다.

    관객은 무대의 화려한 모습만 기억할 뿐 무대 뒤편에서 말없이 받쳐주는 그들의 존재를 잘 모른다. 대부분 기획사 소속으로 근로환경이나 처우도 넉넉하지 못하다. 화려함의 이면에 가려진 채 묵묵히 일하는 그들이 있기에 무대와 관객 나아가 세상이 아름답게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거제문화예술회관을 이끌고 빛내는 역할에서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스탭진과 미화원 직원들 또한 그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몸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 역할을 못 하면 문제가 생기듯이 말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드 교수도 ‘자기 자신의 주변도 청소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와 세계를 깨끗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라며 청소와 정리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았던가. 각종 예술 공연이 휘황한 조명 아래 화려하게 펼쳐지는 예술회관이다. 이런 무대를 만들어 내는 스탭진, 그리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시간에 쓸고 닦는 미화원들이야말로 예술회관을 빛내는 사람들이다.

    김정희(거제시문화예술재단 경영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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