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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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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농업’ 이끄는 조합을 찾아서 (1) 하동 옥종농협

농가는 딸기 생산 집중, 조합은 판매 주력
2011년 19억서 올해 360억 매출 올려
월 1회 운영위 열고 품질 관리 심혈

  • 기사입력 : 2020-08-03 21: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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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대유행이다. 온 세계가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식량안보와 먹거리 안정성이라는 이슈와 함께 지역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본지는 ‘미래 농업 이끄는 조합을 찾아서’ 시리즈를 통해 특색·이색 사업으로 지역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드높인 도내 조합을 소개한다. 이러한 모범사례를 통해 조직화 되고 전문화 되어가는 지역농업과 중소 농·축협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하동의 옥종과 북천은 비옥한 땅이다. 낙농을 비롯해 밤, 매실, 부추 등 물산이 풍부해 ‘딸기’를 옥종농협의 주력상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딸기농가는 3300동에 달하지만 생산량이나 품질이 일정 수준을 미치지 못한 세월이 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옥종농협(조합장 정명화)이 조직한 ‘딸기공선출하회’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조합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정직하게 응답하는 모범사례가 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손두기 농협 하동군지부장, 정명화 옥종농협조합장 및 임직원들이 하동딸기 홍보 특판행사를 실시하고 있다./옥종농협/
    지난해 12월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손두기 농협 하동군지부장, 정명화 옥종농협조합장 및 임직원들이 하동딸기 홍보 특판행사를 실시하고 있다./옥종농협/

    ◇농가는 딸기만 키우고, 조합이 판다= ‘딸기공선출하회’는 명칭 그대로 ‘딸기를 공동으로 선별하고 공동으로 계산하고 출하하는 조직’이다. 내 밭에서 난 딸기와 이웃 밭에서 생산된 딸기가 생산자 구분 따로없이 함께 상품화 되는 것이 골자다. 그러니 판매대금도 생산량에 따라 균분해서 받게 된다. 이 시스템은 균일한 품질 보장과 영세농가의 조직화 필요성,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한 거래교섭력 강화가 더욱 절실해진 엄혹한 현실이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를 위해 옥종농협은 농가는 오로지 좋은 딸기를 생산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선별과 판매는 전적으로 조합이 맡도록 분업화했다. 이를테면 오전에 딸기를 따서 옥종농협에 납품하고 나면 농민들은 따로 부가적인 일을 할 필요가 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삼삼오오 농협에 모인 딸기는 전문선별인에 의해 엄격히 선별되고, 옥종농협이 개척한 판로를 따라 각 판매처로 운송된다. 매년 11월~5월 약 6개월 동안 이 일정을 따라 농가와 조합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매일 8000만원에서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2011년 66개 농가가 참여해 19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2020년 116개 농가가 참여해 36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기록은 농협 전 조합 중 면단위에서 계통출하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이 됐다.

    ◇자율적이지만 엄격한 운영회원회= 딸기공선출하회는 자율적이지만 엄격하다. 옥종면과 북천면 딸기농가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조직돼 매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선별사 구인, 자재구매 업체 선정 등 공동계산에 관련된 부분과 어떤 농가를 공선출하회에 들어오게 할 것인가 혹은 제외시킬 것인가도 농가대표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매섭기도 그지없다. 딸기값이 뛸 때 이익을 보겠다고 공선출하회를 이탈해 독자적으로 출하했을 경우 업무방해 명목으로 해당 농가는 제명된다. 이는 전문화, 조직화 될 의향이 없는 농가는 도태시키겠다는 딸기농가와 조합 차원의 의지의 표명이다.

    ◇전문화된 인력 육성과 행정력과의 협동= 사실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2012년 취임한 정명화 조합장의 묵묵한 조력이 숨어있다. 정 조합장은 ‘딸기 농가는 많은데, 농협은 왜 아무런 역할을 못하나’하는 고민 끝에 공선출하회에 주력했다. 2008년부터 공선출하회를 운영했지만 활성화되진 못했던 것이 사실. 농가들에 ‘조합이 더 잘 팔 수 있을 것이다’는 신의를 얻지 못한 때문이었다. 이에 옥종농협 직원들은 일일이 농가를 방문해 공선조직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군 농업기술센터 퇴직 공무원을 영농상담소장으로 초빙하는 등 관련 교육에 집중했다. 박성대 상무를 비롯해 일부 직원들을 순환근무에서 제외해 고정적으로 배치, ‘공선출하회의 달인’으로 만든 것도 정명화 조합장의 복안이었다. 또 품질 상향평준화와 유통망 확보를 위한 농산물우수관리(GAP) 단체인증도 주효했다.

    하동군 등 행정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1월 신축 딸기공동선별장 준공, 2018년 8월 유통센터 건립 모두 지자체의 보조가 큰 힘이 됐다.

    ◇공동출하를 넘어 공동생산을 바라보다= 옥종농협의 첫 목표는 매출 100억원이었다. 하지만 몇 년만에 100억원 목표를 훌쩍 넘기면서 전담직원이 8명으로 늘어날 만큼 현재는 안정권에 들었다는 것이 조합 안팎의 평가다. 직원들이 일일이 유통가를 돌아다니며 영업을 했던 시절이 추억거리가 될 정도로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알아서’ 찾아온다. 고품질 딸기를 대규모로, 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처가 도내에서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옥종농협의 궁극적 목표는 공동출하를 넘은 공동생산. 상향평준화 된 품질의 딸기를 지금보다 더욱 전문적으로 함께 키워 함께 내놓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명화 조합장은 “지역 영세농업인들의 경쟁력은 조직화, 규모화, 브랜드화를 통해 해당 상품의 가격지지 기능을 할 수 있게 될 때 갖추어진다. 공선출화회가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농가에 더 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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