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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임항선 시의 거리 유감- 김미숙(시인)

  • 기사입력 : 2020-08-06 20: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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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25일 마산 임항선 ‘시의 거리’에서 마산문인협회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제13회 마산 시인 대표시 시화전’ 행사를 가졌다.

    마산 합포구가 지역구인 최형두 국회의원을 비롯한 내빈들도 다수 와서 함께 축하하고 전시된 100여 편의 시화를 시민들과 감상하며 즐기는 자리였다.

    그날 집행부는 전화를 붙들고 땀 흘리며 길 찾는 시민들과 내빈에게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행사장 근처 같은데 두 번이나 지나쳤지만 도저히 못 찾아서 돌아가겠다는 분도 있었고, 시의 거리라고 이름은 거창한데 위치를 알리는 푯말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 들어가는 입구를 표시하는 알림판조차 없다니 말이 되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겨우 안내를 마치고 행사는 치렀지만 직전 마산문인협회장을 맡았던 나로서는 지켜보는 것만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임항선. 회성동에서 중앙부두까지 이어지는 옛 기찻길이다. 기차가 사라진 녹슨 선로를 따라 초록의 들풀이 자라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작지만 아담한 광장,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수목들. 이 길이 ‘임항선 그린웨이’로 명명된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해마다 열리는 임항선 달리기도 성황이다. 전체 4㎞남짓 거리 중에서 ‘시의 거리’는 임항선 그린웨이가 시작되는 해안도로 제1부두 길 건너 한성 가고파 맨션 앞에서 시작되어 합포구청 방향 경동 메르빌 아파트 앞까지 약 1㎞ 정도를 시화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산 문인협회에서는 시의 거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해마다 시민들과 마산문인들이 함께 만나는 시화전을 갖는다. 2011년 11월에 만들어진 시의 거리에는 이제 꽤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철로를 따라 녹음 무성한 초록의 나무들이 줄지어 선 그린웨이를 걸으며 목판시비와 걸개시화를 감상한다. 좁지만 소담스러운 이 길은 이제 창원 시민 가족들에게 신체의 건강과 정서 함양을 제공하는 나들이 공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시의 거리’ 안내 표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지역 문학인의 입장을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봐도 만들기만 하고 이미 방치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마산을 ‘시의 도시’로 선포한 것이 올해로 12년째고, 통합 창원시가 된 것이 10년째, 그리고 임항선 ‘시의 거리’가 조성된 것이 9년째다. 학교나 일터에서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영화, 게임, 레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오락도 필요하다. 그러나 책읽기나 시낭송 같은 교양을 겸한 휴식방법이야말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여 높은 시민의식을 고취한다. 시의 거리를 조성하고 지역문인협회가 나서 시민과 함께 하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닌데 알림판 몇 개 못 세워 찾아오지도 못하는 공간이 된다면 서글픈 일이다. 내년 행사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어 시민과 시인들이 따뜻하고 즐겁게 만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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