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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적교- 김호철(사회팀장)

  • 기사입력 : 2020-08-09 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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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합천과 창녕과 의령이 만났다 갈라지는, 넓게는 부산과 대구와 서부경남이 만났다 갈라지는 곳. 의령에서 낙동강을 따라 차를 몰다 생전 처음 보는 적포교에 닿았다. 적포교는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와 창녕군 이방면 현창리를 잇고 있는 낙동강 다리이다. 다리 입구에 적교마을이 있어 적교라 불리기도 한다. 적포교 전체 길이는 600m 정도이지만 실제 낙동강을 건너는 다리는 200m 정도이다. 왕복 2차로에 불과해 외지인들은 적포교의 의미를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합천과 의령의 끝자락인 적교마을에는 특이하게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 왜 이런 시설들이 있을까 의문이 품다 보면, 어렵지 않게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적포교는 예부터 플랫폼 역할을 했다. 대구·현풍·부산·창녕·밀양·합천·의령·진주·거창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적포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네 갈래로 각자 갈라지는 곳이다. 집을 나서 50~70리(20~30㎞)를 걸어온 선조들이 적교에 도착하면 날이 어두워져 꼭 주막을 들러 끼니와 쪽잠을 해결하고 다시 50~70리를 걸어가지 않았나 싶다.

    ▼대구, 부산 등지에서 서부경남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낙동강을 한 차례 마주하게 되는 데 반드시 적교에서 나룻배를 타야 했다. 적포를 검색하면 ‘적포나루’라는 단어가 나온다. 다리가 없든 시절 적교에는 나루터가 있었다. 이후 사람이 오갈 수 있는 돌다리가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적포교 아래쪽 부근을 찾아보면 돌다리가 보인다. 일제강점기(1910~1945년)에 일본이 조선의 물자를 보다 빨리 자국으로 반출하기 위해 도로 태동기인 1935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적포교가 개통됐다는 아픈 사연도 있다.

    ▼적포교는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상당했다. 서부경남으로 가는 남해고속도로가 개통으로 급격히 쇠퇴해 왔다. 그러나 낙동강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요즘 자전거 라이더들은 100년 전 선조들처럼 적교에서 멈춰 식사를 하고 목을 축인 후 네 갈래로 갈라진다.

    김호철(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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