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기고] 서부경남 공공의료 공론화에서 본 ‘희망’- 이강헌(공공의료 공론화 토론 촉진자)

  • 기사입력 : 2020-08-10 20:22:21
  •   

  •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또한 도민들이 뿜어냈던 뜨거운 열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원탁 토론 촉진자로 참가했다.

    지난 6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밀양~진주 왕복 200㎞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면서 피곤한 줄 몰랐다. 아침 8시가 채 안된 시간, 도농업기술원에는 전문 토론 촉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8시 정각에 시작하는 사전회의. 이미 숙지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토론 촉진자로서의 객관적인 자세,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 등을 공유하며 토론회를 준비했다. 공론화 횟수가 거듭될수록 시·군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온 감각으로 느끼면서, 토론 촉진자들의 긴장감도 함께 고조됐다.

    도민참여단의 열정은 정말 뜨거웠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단 100명을 모집할 때, 동원하지 않고 스스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의 모든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다.

    이번 공론화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은 도민의 민주시민 역량이다.

    토론 현장에서는 물론, 도민참여단 SNS 단체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과거시대의 경험 때문인지 어떤 도민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 각본대로 움직인다.” “우리는 들러리인가” 등 공론화를 불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으면, 또 다른 도민들이 “전국에서 이러한 민주적 절차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건 전국 최초라 생각한다”, “우리는 들러리가 아니라 정책의 주인이다!” 등 도정에 대한 신뢰와 도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댓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갈등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토론으로 성숙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모습, 젖먹이 아이를 안고 토론에 참석한 젊은 엄마의 모습은 ‘숙의민주주의의 완성’이자 ‘경남의 희망’이라는 단어로 내 가슴속에 살아 있다.

    내가 공론화에 참여한 계기는 2019년 경상남도 사회혁신가대학에서 원탁토론회 토론 촉진자 과정을 이수한데서 출발한다. 과정 이수 후 한국공론포럼 회원으로 가입해서 워크숍에 참가하고 스스로 학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번 공론화를 통해 숙의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실제로 경험했다.

    숙의민주주의를 담고 있는 공론화는 복잡해진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수결 원칙인 기존 민주주의 방식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이다.

    앞으로도 나는 경남도민들 속에 숙의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일,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위한 일에 동참할 것이다.

    이강헌(공공의료 공론화 토론 촉진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