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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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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꽃을 심다 -백순금

  • 기사입력 : 2020-08-13 08: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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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물쩍 방치하여 저당 잡힌 입속을

    곡괭이로 파헤치고 망치질 서슴없다

    “오늘은 뿌리 박습니다”

    꽃 세 송이 심는다

    헐거운 땅 골라서 탱탱하게 조인 나사

    실한 뿌리 자라도록 간격을 배치하며

    시든 꽃 뿌리를 뽑고

    야무진 치아 심었다

    어렵사리 산을 넘어 돌아온 비탈길에

    쇳소리 가득 담은 비대칭 실루엣

    정방향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운다


    ☞ 일생 동안 가꾸어 온 입안의 밭에 꽃모종을 심는 사람은 의사일까? 시인일까? 의사는 의료용 도구로 염증 가득한 잇몸의 이랑을 갈아엎습니다. 혼신을 다해 신경을 치료하고 인공치아를 꽃을 심듯 가지런하고 예쁘게 심습니다. 시인은 의사의 손에 쥐어진 의료용 도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치료하는 과정을 곡괭이질로 ‘헐거운 땅 골라서’ 꽃을 심는 것으로 확장시킵니다. ‘시든 꽃 뿌리를 뽑고’ 영원히 시들지 않을 ‘꽃 세 송이 심는다’는 은유로 시꽃을 피웁니다.

    새롭고 튼튼한 꽃나무를 가진다는 것. 한 일생의 ‘정방향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운다’ 해도 다시 환한 길이 열리는 세상일 것입니다. 감춘 문장과 드러낸 문장 사이를 오가는 ‘입안 꽃밭’이 희망으로 건너가길 빌어봅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감동으로 소화되는 시조를 만나면 앓던 이를 뽑아낸 듯 시원해집니다. 임성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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