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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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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장마 유감- 이문섭(국민연금 창원지사 가입추진팀장)

  • 기사입력 : 2020-08-13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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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시절 우산을 안가지고 학교에 간 날이었지 아마, 집에 갈 무렵 마침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학교 현관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보고 있을 때 친구들은 하나둘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온 각자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는 언제 멈출지 알 수 없어 보였다. 물론 그때 어머니는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오지 않으셨고 나는 비에 후줄근하게 젖은 채 집으로 왔었다. 고교시절에는 다락방이 딸린 집에서 살았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빼놓지 않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처마에서 함석 홈통으로 촐촐거리는 빗소리가 좋았다. 비가 많이 쏟아질 때는 그 요란한 소리가 멀리서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적게 올 때는 그 졸졸거리는 소리가 어머니가 소곤거리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학시절에도 제대로 우산을 썼던 기억은 별로 없다. 젊은 혈기로 비에 흠뻑 적셔진 채 거리를 거닐었던 적이 많았고 때로는 비 맞는 것 자체를 즐기기까지 했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렀다. 젊었던 시절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기일만 되면 큰 비가 오는 태풍과 맞닥트렸다. 그렇게 수많은 비를 만나고 또 그 비에 적셔져 왔지만 올해와 같은 비는 이제껏 처음이다.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 두어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비가 멈출 줄 몰라 온 나라가 후줄근하게 젖었고 곳곳이 홍수를 당해 예사난리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비에 대한 나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름답고 가끔은 가슴 아픈 사연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이 장마는 전례 없는 비를 뿌리고 그로 인한 홍수는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된 비에 대한 추억을 난도질하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코로나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거기에 수해까지 덮치니 망연자실이다. 축사에 물이 들어 지붕 위까지 올라간 소가 어쩌다 자기 평생에 이런 기막힌 일을 겪느냐며 기막혀 하는 모습에 나도 기가 막힌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지만 올해 작황에 애가 타고 가게를 운영하지 않지만 매출에 피가 마른다. 대체 이 끈적끈적하고 흥건한 장마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 이쯤에서 쨍쨍한 햇볕이 간절하다.

    이문섭(국민연금 창원지사 가입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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