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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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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조선 최고 포도대장 장붕익을 아십니까?-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0-08-17 2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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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중기에서 후기까지 창궐하여 조직적으로 싸움 훈련을 하고 부녀자나 힘 약한 백성들의 재물약탈과 살인 등 인신을 노략질하던 무뢰배들이 있었다. 이른바 ‘검계’라는 조직이었다. 이 검계는 군대에 가까운 조직과 규율을 갖췄던 비밀스러운 조직인 데다가 토호 기득권 세력과 연결되어 있어서 조정에서도 제압하기가 어려운 골칫거리였다.

    전국적 조폭 조직인, 이 검계를 소탕하겠다고 나선 이가 영조 때 포도대장을 지낸 장붕익이었다. 토호세력과 검계 조직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객을 보내 암살을 시도했지만, 그는 목숨을 담보하는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혹독한 전략으로 검계 조직을 일망타진하여 한양의 치안을 바로 세우고 백성들이 맘 놓고 살 수 있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숙종실록 등 역사서는 기록하고 있다.

    장붕익은 1674년에 서울에서 출생했고 호는 우우재이며 본관은 인동이다. 숙종 때 무과에 급제하여 창원대도호부사 경상좌도 병마절도사로 봉직하다 경종 때 노론 소론 간 당파 싸움이 극심하던 신임사화 때 억울하게 연루되어 함경도로 유배되었다가 영조의 특명으로 사면되어 어영대장 훈련대장, 한성판윤을 거쳐 형조판서, 포도대장을 지낸 인물이다.

    신임사화는 노론 소론 간의 당쟁이 극단에 달했던 조선 시대 대표적인 권력다툼의 사례이다. 이 당파 싸움은 노론의 지원으로 영조가 등극하여 고루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사라졌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정권의 실세가 바뀌어 자신을 치욕스럽게 좌천시킨 세력들에게 앙심을 가졌을 법도 한데 장붕익은 개의치 않고 공직자로서 제 임무에 충실하여 사회악을 제거하여 영조 대에 세종 이후 조선 최고의 국태민안 태평성대를 이루는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장붕익의 창원에서의 행적으로는 현재 천주산 자락에 세워져 있는 공덕비이다. 천주암 가는 길 입구의 공덕비는 그가 창원대도호부 부사로 재직 시 투명하고 엄정하게 백성을 다스린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창원대도호부사로 재임 중 백성들에게 은혜와 위엄을 베풀어 아전들과 백성들로부터 크게 존경을 받았다고도 전한다.

    불의와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당당한 기개와 꼿꼿한 지조로 한시적으로는 권력자의 눈 밖에 나 좌천의 굴욕을 겪었을지언정 공직자로서 제 길을 걸어간 그가 이 시대에 절절히 생각난다. 이유는 바로 말로만 ‘국민의 공복’이라고 하면서 뒤로는 제 이권을 챙기는 이 시대 권력자들의 행태 때문이다. 요즘은 부조리와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강단 있게 행동하는 지식인들이나 공직자들도 찾아보기가 흔치 않다. 상대의 위협이 겁나기 때문이며 내가 손해 볼 것 같은 예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력에 빌붙어 좌고우면하는 공직자들이 오히려 세상을 더 어지럽히고 정신적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판의 여론이 경제 등 여러 정책의 혼란과 코로나 19의 여파로 요동치고 있다. 이래저래 정치판에서는 당파를 중심으로 서로 자기네가 국민의 공복으로 적임자라고,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고, 믿어달라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그 어느 유권자도 정치인을 봉사하는 자리로 보고 있지 않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생계형 권력임을 어린아이들도 다 안다.

    백성의 안위보다 윗선의 눈치나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이권이나 탐하면서도 부끄러움과 잘못에 대해 자기반성 없는 이들, 위선과 뻔뻔함으로 타인들의 쓴소리에 큰소리나 치는 위선자들은 혼란스러운 이 시대의 변화발전을 이끌 수가 없다.

    요즘 여러 가지 불안을 부추기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우리들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현실이 피곤하고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긴장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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