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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자치경찰일까?- 한성래(하동경찰서 읍내파출소 경위)

  • 기사입력 : 2020-08-19 20: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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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공포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12조 3항은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1월 경찰개혁위원회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권고안을 발표했고 2018년 11월 13일 자치분과위원회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따른 계획에 의하면, 2019년부터 17개 광역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전체 경찰의 36%인 4만여명을 2022년까지 자치경찰 신분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치경찰제에 대해 논의되고 연구된 이 ‘이원화’모델(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을 2020년 8월 4일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김영배 의원 등 26명) 발의를 통해 ‘일원화’모델로 갑자기 변경시키면서 많은 국민들은 자치경찰제 추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원화 모델인 위 법안은 경찰조직은 현행 형태대로 유지하면서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 시·도지사 소속 경찰위원회가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를 지휘 감독하도록 되어 있다.

    ‘머리는 세 개인데 손발은 한 짝’인 기형적인 구조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지구대·파출소 소속의 현장경찰관은 범죄와 맞서 싸우는 중에도 재난, 사회적 약자, 학교, 주취자, 행려병자, 공공시설, 공공질서, 지역행사 등 지역주민의 생활안전과 관련한 광범위한 행정 업무와 국가경찰의 업무도 병행하여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이 현행 시·군·구 자치단체 행정공무원이 담당하는 공공질서와 관련된 생활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흉기를 소지한 강력 범죄에 출동이 늦어지게 되어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의 몫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얼마 전 홍수 피해로 국도가 물에 잠겨 교통 통제 실시 중 외국인이 칼을 들고 싸운다는 신고를 받았다. 파출소 4명의 경찰관 중 2명의 경찰관은 차량 통제를 계속하고 2명은 현장에 도착하여 범죄 현장 인근에서 외국인을 체포하게 되었다. 다행이 싸움의 당사자는 2명이었지만 이 신고가 집단 싸움이나 체포가 늦어져 지나가는 선량한 시민이 칼에 상처를 입게 되었다면 분명 경찰은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명확한 업무 구분 없이 3곳(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 시·도지사 소속 경찰위원회)의 지휘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현장을 뛰고 있는 경찰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원화 모델에서 갑자기 일원화 모델로 변경된 이유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녕이 담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머리는 세 개인데 손발은 한 짝인 괴물 조직이 탄생한다면 정상적인 걸음으로 한 발작도 딛지 못하는 현장 경찰관을 목격할 수도 있다.

    한성래(하동경찰서 읍내파출소 경위)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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