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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벌초- 김병희(사회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8-24 20: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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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성묘를 앞두고 벌초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벌초는 한식이나 추석 성묘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 깨끗이 하는 일이다. 대개 백중(음력 7월 15일) 이후부터 추석 전에 모두 이뤄지며 설과 한식에는 성묘는 하지만, 벌초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한식에는 겨우내 묘에 생긴 구덩이나 부족한 떼(잔디)를 다시 입혀주는 ‘손이 없는 날’(무방수날)이라고 하여 묘를 손질하는 날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은 죽은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예우했기에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은 효행이자 후손들의 책무였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추석 성묘 전 벌초를 중요하게 여겨, 추석 전 한 달은 성묘하는 차로 도로가 붐비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혹여 벌초할 시간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행업체를 이용해 벌초하기도 한다. 대행업의 성행도 벌초를 하는 풍속이 계속 전승되고 있는 이유의 하나이다.

    ▼경남 지역에서는 추석 전에 벌초를 해두지 않으면 큰 불효로 여겼다. 벌초하러 갈 때에는 집안의 여러 친척이 모여 날짜를 정했다. 우리 가족들도 벌초의 날이 정해져 있다. 4촌지간에 벌초 날짜를 정해 놓고 모여 하루는 벌초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벌초도 예전 같지 않다. 벌초를 하러 산에 가보면 이제는 벌초하지 않은 묘가 많다. 또 어떤 친구 집에서는 벌초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유교사회에서 조상을 잘 섬기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조상제사를 비롯해 조상의 육신이 있는 묘를 살피고 보존하는 일은 살아있는 부모를 모시는 것처럼 효행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묘와 주변에 자란 풀을 베고 다듬으며 잔디를 잘 입히는 일을 중요시했다. 이제는 장묘문화도 변해가고 있다. 납골묘, 수목장 등이 확산되면서 묘를 없애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변해가고 있는 장묘문화로 인해서 벌초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까지만 벌초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김병희(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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