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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학’이 무슨 죄로 횡액을 겪는가- 정쌍학(미래통합당 경남도당 대변인)

  • 기사입력 : 2020-08-25 2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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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횡령·업무방해·증거 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 교수에게 그의 휴대전화에 ‘코링크 8 예상 수익(〉10%) 6000. 유안타 2000’ 등 왜 이런 메모가 있냐고 검찰이 따져 묻자, “문학도라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라고 둘러됐다. 이에 어느 칼럼니스트는 “문학이 무슨 죄로 이런 횡액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라며 개탄했다.

    어디 정 교수뿐이랴. 이것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가 되자, 이를 ‘문학적 표현’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자신의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비꼬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검찰 공소장을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 구설에 올랐었다. 또 J 의원은 자신의 ‘한미 정상 통화 녹취 입수’ 발언이 논란을 빚자 “평소 나의 식견과 유머,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해명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것과 관련, 섣부른 대책으로 혼란만 가중되자 환경부 장관을 질책하면서 “실행력이 없거나 미약한 정책안은 ‘수필’이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학’이라는 것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 걸까? 디케의 저울로 선·악의 무게를 달아보기도 전에 자기기만의 방어 기제 수단으로 ‘소설’ 운운하였다면, ‘거짓을 통해 만나는 진실’이 바로 소설이 갖는 문학적 기능이라 걸 모르고 한 말이라고밖에 이해가 안 된다. ‘허황되고 쓸모없는 정책안은 수필’이라는 몰상식한 발언은 수많은 수필가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창작 의지조차 꺾는 것이다. 수필의 생명은 진실의 독백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허황한 미사여구, 지나친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 과시 등의 분식(粉飾)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문학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우쳐주는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정치지도자나 사회지도층 일각에서 ‘문학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외눈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맥락도 없이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문학과 인문학이 융성해야 국운도 흥했고 국민도 행복했던 역사는 동서와 고금이 다르지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인문학을 중시하는 지구촌의 기류만 봐도 ‘문학’을 깎아내리는 듯한 언행은 삼가야 돼야 할 것이다.

    정쌍학(미래통합당 경남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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