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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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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가 간다] 서울공화국과 ‘지방 청춘’의 삶

지방에 산다고 청춘 아닌가요
지방엔 좋은 일자리 없고 고용 기회 적어 2030 ‘강제 서울행’
스펙 쌓기 힘들고 면접시험 비용도 부담 ‘서울 사는 게 스펙’

  • 기사입력 : 2020-08-26 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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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여름,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장마기간으로 인한 집중호우 피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부산에는 하루 최대 200mm가 넘는 비가 내리기도 했고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한 번에 쏟아지는 등 광주, 대전 등 지방의 많은 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재난상황으로 수많은 이재민들과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보도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뉴스속보의 자료화면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보여줬으며 이번 장마기간의 초기 당시에는 지상파 3사의 재난방송이 뉴스의 한 코너에 불과했다. 이후 장마가 지속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피해 정도가 심각해지자 재난특집방송을 송출하는 등 늦장 대응을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재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경험하며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서러움 가득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

    대학생 기자

    ◇미래의 성공을 위해 서울로=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의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비꼬아 ‘서울공화국’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수도권 순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부터 균형발전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지방 혁신도시 육성 등을 실행하며 수도권 순이동이 순유출을 보였다. 하지만 균형발전 정책이 완료되는 시점이 다가오게 되면서 3년 전부터는 수도권 순이동이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주된 사유는 취업이라고 한다. 지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미정(22·마산합포구)씨는 “지역에서는 생산직 채용이 다수라 원하는 분야의 공고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지방에서는 고용 기회도 적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드니 서울로 향하는 것이다.

    한편 지방의 지사에 취업하려는 경우에도 면접이나 채용시험을 서울에서 실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교통부터 숙박 문제까지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붙을지 안 붙을지도 모르는데 지방에서 서울까지 이동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요즘 취업에 성공하려면 스펙이 중요시 된다. 단순히 학벌이나 토익 점수를 떠나 인턴, 대외활동과 같은 직무 경험은 필수인 시대. 하지만 지방 대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생들보다 이러한 스펙을 쌓을 기회가 확연히 적다. 스펙을 쌓고 싶어도 쌓을 수 없는 환경. 오죽하면 서울에 사는 것이 스펙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기업과 기관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에 지방대생들은 면접에만도 하루를 꼬박 소요한다. 더군다나 운 좋게 합격을 하더라도 오프라인 모임이나 활동이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달에도 몇 번씩 서울을 왕복한다. 회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지방 거주자들은 학기 중 진행되는 대외활동에는 참여할 엄두도 못 낸다.

    실제 오지(가명·24)씨는 공기관의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에 합격해 경남팀에 배정됐다. 팀별로 활동이 이뤄지기에 지역에서도 자주 만나야 했다. 근거리의 팀원들이 모인 수도권 팀에 비해 지방팀들은 각양각색의 시에서 살았고, 교통도 불편했기에 만남이 잦지 못했다. 한 번 만나려면 버스를 3번은 갈아 타야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팀원들의 의지는 바닥났고 결국 겨우 수료 조건을 채우기만 했다. 오 씨는 “이러한 대외활동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는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 취업에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스펙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으니 서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의

    차이도 어마무시하다.

    개선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닐까”

    -김민주 (23. 창원시 성산구)


    “지방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서울에 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회.”

    -이현석(24·창원시 마산회원구)


    “서울에 대한 로망은 이미

    청춘들에게 뗄 수 없는 존재.

    정부의 대책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한 시점.”

    -구윤지 (23. 창원시 의창구)


    ◇비용적 부담 안고 즐겨야 하는 문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전시, 공연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20~30대들이 선호하는 유명 가수와 연예인을 초청해 화제성을 키우고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는 문화 마케팅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또한 청춘들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적, 비용적 부담을 크게 안아야 하는 상황. 살아가는데 기본적 권리라 할 수 있는, 개인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요소조차 지방에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개편 및 균특회계 발전 방안 논의 토론회’가 열리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는 지역별 동향분석과 앞으로의 활용방안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언급된 핵심지표를 종합했을 때 수도권과 광역도 소도시 간의 인구성장률과 경제적 자치능력의 격차는 매우 크며 주거 또한 질적, 양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동의 중심이 되는 교통과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교육의 질 또한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된 인프라로 지방과의 격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토론이 시작된 만큼 발표된 균형발전지표를 통해 지역 격차를 점점 줄이고 정책 및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해 분야별 낙후지역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직 ‘서울공화국’은 가혹한 현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SNS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한강에서 치맥 먹기’, ‘취업성공은 서울에서!’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은 여전히 이들을 서울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에서만 이룰 수 있는 로망과 이상들이 점점 뿌리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지만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창원대 최원창·정현진·김민경 학생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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