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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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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 김용대(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20-08-26 20: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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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는 한때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이 됐던 찬란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0주년이 된 3.1 독립만세운동 만해도 33인의 민족대표 중 기독교 인사가 절반 가까운 16명이 참여했을 정도니, 식민지 암울했던 조선 민중들이 기독교 지도자를 만날 때 어떠했겠습니까. 암흑의 시기에 여기저기 학교를 세워 조선 청년들의 눈을 뜨게 했으며, 6.25 전쟁 이후에는 보육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들을 돌보고,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도, 남북의 문제에서도 교회는 외면하지 않았고, 우리사회와 함께했습니다.

    굳이 종교인이 아니어도 세상을 살다 보면 신을 찾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존재의 한계를 지닌 인간의 숙명이겠지요. 최근엔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삶이 팍팍해지고,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역병 때문이겠죠. 지난 3월 확산 때는 신천지교회가, 이번에는 또 다른 교회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교회가 코로나19를 만들어 유포했거나 확산의 최종 책임자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확산 경로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한 종교지도자와 종교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스님들이 시줏돈으로 호텔에서 포커도박을 한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그 분 말씀의 요지는 대충 이렇습니다. 스님들은 부처님 덕에 살고, 목사님이나 신부님들은 예수님 덕에 사는데 종교지도자들이 부처님과 예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 많아 부끄럽다고요. 특히 어느 절에 가도 불사를 하지 않는 절이 없고, 자고나면 교회가 생기며, 종교시설을 거래도 한다는 겁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종교시설은 많아지는데 정작 신도 수는 줄고 신앙심은 점점 옅어진다고 하네요. 물론 존경받는 종교인들도 많지만 성인들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대신에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내세워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일부 종교인들의 행태가 오늘날 한국 종교가 가진 문제 중 하나라고 합니다.

    지난 3월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인뿐 아니라 대구 경북 주민들, 중대본과 의료진 등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성공적인 K-방역의 명예도 잠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상황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각급 교회에서 또다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입니다. 3단계로 격상되면 국민의 일상이 멈춰져 생계가 막막하고 지친 국민들의 탄식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 예배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본령에 충실해지려는 자세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며, 작은 교회가 당장 겪을 재정난도 이해가 갑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종교시설이 임시로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명이 귀한 까닭입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많이 희석된 사회라고는 하나 교회마저 세상 일어나는 일에 애써 외면하니 참 씁쓸합니다. 이 역병을 신들이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역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신들로부터 위안을 받고 희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돈도 기댈 곳도 없는 서민들은 신께 의지라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진리의 말씀과 신의 권능마저 자본과 세속의 지배를 받을 때 어린양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합니까. 이 땅에서 교회가 나라를 걱정하고, 목회자들이 앞장서 몸 바쳤을 때는 교회 건물이 초라해도 거룩한 빛을 발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어린양들이 교회를 그리고 목회자를 걱정해서야 하느님에게 체면이나 서겠습니까.

    코로나 이후 세계의 질서와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큰 전염병의 도래를 예고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회사에서는 재택 근무 병행을, 농부들조차 온라인 판로 확보 등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코로나19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맞춰나가려고 애쓰고 있지요. 코로나 재확산 시기에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찬란한 한국 교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김용대(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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