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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관계의 비전을 담아야-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0-08-27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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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교류협력법)’개정안이 입법예고(8월 27일)되었다. 30년 전인 1990년 제정된 교류협력법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개정한다고 한다.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 노태우 정부의 시대전환적 대북정책을 법제화한 것이 1990년 교류협력법 제정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교류협력법 개정안과 관련해 두 가지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개정안에 꼭 반영되기를 희망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지난 5월, 공청회 때 공개된 개정안에는 접촉신고를 대폭 완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번 입법예고안에 빠진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접촉은 방북, 교역, 협력 사업과 같은 다른 교류협력 행위의 전제가 된다. 현행 교류협력법과 같이 모든 북한주민 접촉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해외여행 중 우발적인 북한 주민과의 만남, 이산가족이나 북한이탈주민의 재북 가족·친지와의 단순 연락, 순수 학술목적을 위한 연구 활동 등 모든 접촉은 현행법상 신고의 대상이다. 법이 제정될 당시인 1990년에는 모든 접촉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혁명 시대이다. 인터넷으로 북한의 노동신문을 읽거나, 북한주민의 유투브 채널에 ‘좋아요’를 클릭하는 것까지 위법 여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교류협력법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의 목적은 남과 북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하였다. 어떻게 해야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지, 통일부가 반대하는 국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최근 KBS에서 보도된 외교부의 이견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느낀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제1장 총칙과 관련된 조항에 국제사회 제재 상황을 고려한 전제조건 마련 필요”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수정안을 제시한 이유는 ‘개정안 일부 내용의 경우 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교부가 이 같은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 타당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인 교류협력법이 제재에 저촉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제재의 대상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재와 관련된 일반 총론을 법률에 반영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스스로 속박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교류협력법은 북한 주민과의 접촉, 방북, 물품의 대북 반출·반입 등 모든 과정에서 통일부장관의 신고수리 또는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간 협력 사업이나 반출·반입 승인 과정에서 대북제재를 고려하여 결정해왔다.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미국과 세세하게 협의하고, 제재면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외교부가 교류협력법 총칙에 대북제재를 고려하는 조항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대미사대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우리 법과 제도 안에 담아내어, 향후 남북교류협력을 견인할 새 그릇이 필요한 시점이다. 3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교류와 협력 사업이 법적인 뒷받침 아래 이루어졌다. 교류협력법이 변함없이 미래의 남북관계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통일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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