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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소금맛을 잃은 감시자들- 김진호(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9-01 20: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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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은 부패하기 쉬운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년)의 말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에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면서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사실을 역대정권을 통해 우리는 목격했다.

    많은 권력감시기관 중 헌법기관인 감사원에서 감시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自省)이 나왔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4월 실·국장 회의를 열어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힐난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에 의해 진행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감사와 관련 최대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법적 기한인 2월 말을 지나 4·15 총선을 넘기도록 표류하고 있는 것을 직격했다.

    대한민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은 국회이다.

    하지만 역대 집권여당은 청와대를 제대로 견제·감시·비판하지 못하면서 소금맛을 잃었다.

    2012년 4월 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을 합친 의석보다 많았다.

    새누리당은 그해 말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집권여당이 됐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주와 불통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2016년 4월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쳐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을 내주었다.

    소금맛을 잃은 기관은 범죄 수사 및 공소 제기, 재판 집행 등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다른 수사는 몰라도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울산시장 선거 부정선거 의혹사건은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한없이 답답하다.

    부산시장,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도 왠지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은 다 알 수는 없어도 더 알고 싶어한다.

    사회가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감시기능을 포기하고 정부에 아부하는 ‘애완견(lap dog)’이 아니라 ‘호위견(guard dog)’ 떼에 맞서 싸우는 ‘감시견(watchdog)’이 필요하다.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견제·감시·비판해야 할 지방의회도 소금맛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도의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 선출 과정에서의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온 국민이 경제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이때 도의회가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는데 분노를 느낀다.

    인구 105만명의 대도시 창원시의 시의회도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비판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거대한 관료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검찰과 경찰이 권력기관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더욱 관료화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김진호(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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